▲김정애 3·1여성동지회 명예회장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그 다음에 배상을 해야죠. 10억엔을 형식적으로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인 색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인류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무치는 청춘을 그렇게 바쳤잖아요. 일본이 무엇인가 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국가적으로 보상을 해야 합니다."김정애 3·1여성동지회 명예회장(82·사진)은 "일본은 악독한 일을 저지르고도 끝끝내 사과를 하지 않고 돈으로 하려는 것 같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독립운동가 류우석 지사와 조화벽 지사의 맏며느리다. 류우석 지사는 류관순 지사의 오빠로 공주 영명학교 재학 중 학생대표로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고 대형 태극기를 만들어 시위 군중에게 나누어주는 등 아우내 장터에서 3·1만세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렀다.김 명예회장의 시어머니 조화벽 지사는 여성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다. 개성 호수돈 여학교 재학 중 3·1운동이 일어나자 비밀결사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고향인 강원도 양양에서 3·1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독립선언서 한 장을 버선에 숨겨 가죽가방에 담아 운반하고 태극기를 제작해 군민들에게 배포했다. 결혼 뒤에도 아버지가 세운 정명학원에서 교육자로 이름을 남겼다.김 명예회장은 "시어머니 조화벽 지사는 저에게 항상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중앙여고 교사로 1965년부터 1998년까지 재직했으며 류관순열사기념사업회 법인이사와 유족장학회장을 맡고 있다.김 명예회장은 "어느 나라든 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중국에다가 임시정부까지 세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고 전 재산을 바치고 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썼다"며 "우리가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후손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명예회장은 또 "사회가 물질적으로 변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에서 살 수도 있다는 현실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한편, 김 명예회장이 기증한 조화벽 지사의 유품들은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오는 11월10일까지 전시된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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