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되는 이웃들…'급증하는 이웃분쟁'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개소 3주 만에 74건 접수…매년 이웃분쟁 늘지만 제도와 문화는 부족해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서울 중구의 다세대 주택 원룸에 사는 취업준비생 손모(29ㆍ여)씨는 최근 자주 밤잠을 설친다. 새벽 1시쯤만 되면 옆방에서 풍겨오는 담배냄새 때문이다. 신씨는 "매일 잠을 잘 못자니 신경이 곤두서고 분노가 차오른다"며 "주변에서만 듣던 일이 내게 발생할 준 몰랐다"고 했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웃 간 사이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15일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이곳으로 접수된 이웃분쟁 신고는 개소 약 3주 만에 74건을 돌파했다. YMCA이웃분쟁조정센터에도 올해 상반기 150여건의 분쟁이 접수되면서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100건을 넘었다. 분쟁 종류로는 층간소음이 30%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애완동물(20%), 담배냄새 등 악취(15%)가 뒤를 이었다. 여름철을 맞아 에어컨 실외기 소음과 관련된 분쟁도 최근 크게 늘어 10% 정도를 차지했다.주건일 YMCA이웃분쟁조정센터 팀장은 "이웃분쟁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개인 간의 사적분쟁은 법으로 해결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심각한 강력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이웃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공동체 문화의 파괴에서 찾는다. 시민들이 개인화되면서 타인의 간섭을 감내하지 못하는 의식이 증가한 반면, 분쟁을 풀어내는 사회적 장치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이웃 간 분쟁을 조정해주는 센터만 400여개에 달하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네팔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도 분쟁조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는 서울과 광주 두 군의 지방자치단체에서만 분쟁조정센터가 운영 중이고 주민 모임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주 팀장은 "전국적으로 분쟁조정센터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조정에는 강제성이 없는 등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근엔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 간 스스로 소통을 확대해 분쟁 발생을 예방하는 활동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조부연 주민자율조정위원회 위원은 "커뮤니티 활동이나 텃밭 가꾸기를 통해 주민끼리 자주 만나다 보니 분쟁이 발생하는 건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주은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을 경쟁으로 내몰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없어졌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사회를 신뢰를 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회 정의가 실현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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