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결정 이후 엔화가 급등한 것은 기존 경제상식과 다른 점이다.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면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브렉시트라는 초유의 리스크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엔화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24일 브렉시트 투표결과가 전 세계로 중계되면서 엔ㆍ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99엔선까지 떨어지며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지난 2012년 12월 집권한 이후 4년간 240조엔을 쏟아부어 떨어뜨린 엔화가치는 브렉시트 투표결과에 따라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브렉시트 여파가 지속되면서 엔ㆍ달러 환율은 100엔대 초반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다.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음에도 엔화가치가 다시 급등하게 된 것은 엔화가 달러,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달러는 기축통화,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이유는 뭘까? 일본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246%로 미국 103%, 이탈리아 133%는 물론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의 179%보다 높다. 그럼에도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일본경제가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일본은 국가 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이중 95%가 엔화표시로 발행되었고 국채를 보유한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대외불안 요소로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일본 정부에 비해 가계의 재정 상태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는 66%로 한국 84%, 미국 78%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와함께 일본은 세계 제일의 채권국으로 2조82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슈가 점차 진정세를 되찾고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 엔화 급등세가 다시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을 지연된다면 달러강세에서 점진적인 달러약세로 돌아서면서 안전자산 전반의 급등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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