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에게 들어본 대우조선해양 해법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혜민 기자]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투입받은 공적자금은 무려 5조3000억원이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516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10만2700원씩 지원해준 셈이다. 조선사들의 부실을 키운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최근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이라는 명목으로 1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의 '부실 덩어리'를 그냥 둔 상태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불 붓기'일 뿐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도 이같은 문제점을 역설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1조 5000억원대에 이르는 데다 차장급 직원이 회삿돈 180억 원을 빼돌렸지만 8년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공적자금 투입은 '도둑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구조조정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 미국 GM식 구조조정 참고해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구조적 부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지금의 구조조정만으로 회사를 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정부가 계산한 근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추가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1~2년 수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다음 정부에 폭탄을 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2009년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에 공적 자금을 지원한 방식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GM은 2009년 파산 신청을 했고 두개의 회사로 분리됐다. '옛 GM'은 부실자산 처리 등 뒤처리를 맡았고, '뉴 GM'은 단독 입찰로 기존 GM의 우량자산만 골라 인수했다. 미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495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뉴 GM'에 투입하고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뉴 GM'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4년 후 단계적으로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민간기업 체제로 돌려보냈다. 박 교수는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청산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해당 회사에 알리고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회사는 자구적으로 살아날지, 새로운 회사로 태어나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합병 등 산업재편 방향을 정부가 결정하면 정치적인 논리나 로비에 휘둘릴 수 있다"며 "회사의 숨겨진 부채와 부실을 모두 공개하고 시장의 경제성으로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맡아야 지금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조정으로는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눈 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경제현실을 진단하고 시나리오 별로 대응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며 "구조조정에 관련된 정책적 권한을 배분하고, 책임을 지는 콘트롤타워는 당연히 대통령이 돼야 하며 밀실에 숨지말고 그 결과를 국회로 가지고 가 평가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야 부실의 책임 규명 작업에도 힘이 실릴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의 부실 책임이 있는 주체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묻고,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법제도가 확립돼야 한다"며 "그 대상에는 부실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과 청와대까지 다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빅2 체제 개편, 無경쟁력 사업부문 매각 등 밑그림 그려야 윤석헌 금융전문가(전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비리 등을 돌이켜봤을 때 이 회사를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태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조선업황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정부가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ㆍ중국 조선업의 구조조정 상황과 경쟁력, 향후 업황 개선 속도까지 고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합쳐서 한 회사로 만든 다음, 현대중공업과 '빅2 체제'로 개편한다거나, 경쟁력 없는 사업부문은 청산ㆍ매각하면서 기업을 재편하는 것과 같은 방향을 정부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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