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퇴거작전에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도 정전협정 규정에 따른 것이다.<br />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군정위) 요원들로 구성된 '민정경찰'이 이틀째 불법조업 중국어선 차단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어선은 아직 물러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중국어선이 물러날때까지 차단작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군 관계자는 "현재 날씨 등을 고려해 작전을 이어갈지 결정해야겠지만 중국어선 10여 척은 북측 연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중국어선이 물러날때까지 작전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인근에서 강화군 서도면볼음도 인근 한강하구까지 67㎞ 구간을 중립수역으로 정했다. 중국어선은 주로 볼음도 인근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유엔사가 이번 중국어선의 퇴거작전에 관여한 것은 정전협정 규정 때문이다. 유엔사 군정위는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관리기구를 말한다. 중국어선 퇴거작전에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도 정전협정 규정에 따른 것이다.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을 위해 민사행정경찰을 두도록 했는데 군인들이 DMZ를 출입하게 되면 비무장이라는 DMZ 설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민정경찰'을 운용하도록 한 것이다.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민정경찰의 무기는 권총과 보총(소총)에 국한토록 했다. 즉 민간인이 실수로 DMZ로 들어가게 되면 민정경찰이 안전하게 밖으로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애초 운용 취지라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이어 한강하구 수역에서 남북한의 우발적인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립수역인 한강하구 수역에 무장 병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어선 퇴거작전에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도 정전협정 규정에 따른 것이다.<br />
우리 군의 단속 활동으로 중국어선이 북쪽으로 도주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남북한은 한강하구 수역에서 각각 최대 4척의 민정경찰 선박을 운용할 수 있으나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 100m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우리 군의 고속단정이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북한의 만조 기준 수제선 100m 안으로 들어갈 경우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우리 군이 한강하구 수역에 무장 병력을 투입한 데 대응해 북한군도 무장 병력을 투입할 경우 양측이 감시 활동을 하다 우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한강하구 수역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민정경찰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민정경찰이 한강하구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발견하더라도 우선 경고방송으로 내쫓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포는 최대한 자제하고 중국어선이 민간 선박인 점을 고려해 경고사격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중국어선이 서해상에서 해경의 단속 활동에 대해 폭력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행태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군의 방침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군은 방탄유리를 포함한 방어 장비를 갖춘 고속단정을 한강하구 수역에 투입하는 한편,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또 해군 함정이 언제든지 한강하구 수역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북한군이 한강하구 수역의 충돌을 빌미로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무릅쓰고 한강하구 수역에 민정경찰을 투입한 것은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중국 정부가 한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자국 어선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외교ㆍ국방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10여 차례나 중국어선의 한강하구 수역 불법조업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반도의 '안정'을 누누이 강조해온 중국 정부가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을사실상 방치함으로써 한반도에 새로운 화약고를 만든 형국이 됐다.군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중국어선이 더는 한강하구 수역에 무단 진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민정경찰 투입 이후에도 중국 정부와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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