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주말인 22일 롯데면세점 본점이 이용객으로 붐비고 있다. 9층 설화수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관세청이 서울시내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3개의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업계의 쟁탈전이 재연될 분위기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롯데면세점이 '로비' 악재로 휘청이는 가운데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신세계, 두산 등 복수의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노리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3일 서울 4곳을 비롯해 부산·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기 위한 특허신청 공고를 했다. 4곳 중 1곳은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며, 대기업들은 3장의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오는 10월4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12월 중 신규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기업은 최대 1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매장을 오픈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특허 재획득에 실패한 월드타워점, 워커힐점을 운영했던 롯데와 SK다.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롯데 월드타워점은 이달 말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며, 워커힐점은 지난달 16일 이미 영업이 종료된 상태다. 양사 모두 서울 시내에서 상위권 매출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롯데의 경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입점 로비 여부가 변수로 급부상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자 이사장은 호텔롯데에서 면세사업부를 총괄하는 등기이사다. 지난해에도 면세사업부의 성과와 리더십 등을 이유로 호텔롯데는 신 이사장에서 23억원 규모의 보수를 지급한 바 있다. 워커힐점은 현재 면세점 자리를 비워둔채로 신규 특허 획득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4월 정부가 신규 특허 발급 계획을 밝히자마자 면세점 후보지로 무역센터점을 내세우며 입찰 의사를 내비쳤다. 이밖에 신라, 신세계와 두산, 한화 등이 입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말 신규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총 13개의 시내면세점이 서울 시내에 운영되게 된다. 외래 관광객 등 면세점 이용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보다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상 업계의 수익성은 악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는 명동에서만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이 격돌한다. 이들은 특히 객단가가 높은 개별관광객(FIT)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빅3 명품을 모두 갖춘 소공점이 우위에 있지만, 내년 상반기 신세계의 명품 입점 계약이 마무리되면 다양한 위락시설과 넓은 동선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한정된 관광객을 가지고 서로 출혈경쟁을 하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전통 강자인 롯데가 신규 사업자들의 도전에 어떤식으로 대응할지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