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성장률, '보호무역'에 제자리뛰기

TPP·FTA 자유무역 확대 그 이면 들춰보니

도널드 트럼프가 위스콘신주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인기는 일자리 위협으로 인해 보호무역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애플턴=AP연합뉴스)

경제 성장하면 무역 증가 공식 깨져…5년째 3% 하회美 대선 분수령, 대통령 누가 돼도 보호무역주의 강화신흥국 기술력 향상으로 오히려 교역량 줄기도[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장승화 위원의 연임 실패는 각국이 보호무역 주의를 확대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자유무역협정(FTA) 등 자유무역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장 위원에 대해서는 자국의 무역에 불리한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이유로 연임을 반대했다. 여기에 세계 경기 부진과 미국 대선의 영향까지 겹치며 미래 무역환경은 장밋빛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세계 무역의 부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매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의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교역량은 지난해 이후 보합세다. 지난달 WTO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2.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예상 3.9% 대비 1.1%포인트 내려앉은 것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세계 무역 규모 성장률은 5년째 3%를 하회하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이 정리한 세계 교역량도 2015년 이후 침체 징후가 뚜렷하고, 일본은행(BOJ)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세계 교역량도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무역도 늘어난다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이 저조한 주요 이유로 신흥국 경제 둔화가 꼽히지만, 이를 신흥국 문제만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다. WTO는 보호무역주의의 발로를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여러 국가에 여전히 보호무역주의가 남아 있다"며 "이들은 무역규제를 적용하고, 이들이 세운 무역장벽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철강회사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는 이 같은 경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최대 451%의 반덤핑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했다. 사실상의 수입 금지령이다. 이에 중국은 WTO에 제소하겠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BBC는 이번 미국 대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며, 미국 대통령이 누구로 결정되든 간에 보호무역주의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와 경쟁 중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까지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입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수사는 곧 미국의 현실을 대변한다. BBC는 1860년대 이래 철강도시로 불렸던 펜실베이니아 스틸턴의 몰락 등 미국 전역의 제조업 도시들이 중국 등 신흥 강자들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현실을 지적했다. 일자리를 잃은 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결국 미국의 정치 지평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국가 간 교역이 감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국내 생산 비율은 점차 줄어 현재는 혼다ㆍ닛산이 10%, 도요타자동차도 30%에 그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과거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일본에서 부품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일도 많아졌다. 태국에 진출한 일본 JEF스틸은 현지에서 자동차용 고급 강판 생산라인을 마련했고, 세키스이 화학공업도 지난해 4월부터 자동차 유리용 중간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환율 부담과 비용을 줄이고 재고조절에도 용이하다는 이유다.  신흥국들이 기술력 향상에 나서면서 교역이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급부상이 좋은 사례다. 애플ㆍ삼성전자 등이 밀려나고 화웨이ㆍ샤오미 등 현지 기업이 시장에서 앞서나가면서, 중국 업체들이 해외기업이 아닌 현지 기업의 부품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오이즈미 게이이치로 일본종합연구소 연구원은 "기술력을 높인 중국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교역량이 앞으로도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서는 서비스 분야 육성이 해외수요 유치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마쓰바야시 요이치 고베대학교 교수는 "교역량이 주춤할 경우, 관광ㆍ의료ㆍ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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