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예금보험공사(예보) 비상임이사로 대통령경호실 출신 인사가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보에 대통령경호실 출신이 임원으로 오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금융권이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에 있는 상황에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보는 비상임이사에 이명선 전 대통령경호실 부이사관이 임명돼 이달부터 근무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 신임 이사의 임기는 2018년 5월까지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이 신임 이사는 대통령경호실에서 사무관과 과장 등을 거치며 오랜기간 근무했으며 2013년 12월에 퇴직했다. 대통령경호실 출신이 공항이나 항만의 보안 관련 직을 맡는 경우는 간혹 있었으나 금융권 이사로 온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예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해뒀다가 금융기관이 파산 등 이유로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대신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예보가 비상임이사 공모를 하면서 자격요건으로 제시한 '예금보험 업무 등 경제금융에 대한 전문적 지식 및 경험' '비상임이사 직무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수행 능력' '공사 비전에 대한 이해 및 제안 능력' 등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예보 관계자는 "이 신임 이사가 전산학을 전공하고 대통령경호실에서 IT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해 왔다"면서 "금융에서도 갈수록 IT의 중요성이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기존 이사진에는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만 있다는 점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전산 전문가 이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예보는 총선 직전인 지난달 12일에도 정치권 출신 김영백 비상임이사를 선임했다. 김 이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를 할 때 비서를 지냈으며 2000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로 구성된 민주국민당, 정몽준 전 의원이 세운 국민통합21 등에 몸담았다. 수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총선을 전후로 금융권에는 낙하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병기 전 감사가 물러나 공석인 KB금융 상임감사로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내정됐다가 논란이 커지자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신용보증기금은 지난달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을 감사로 임명해 노조의 반발을 샀으며 기술보증기금 역시 지난 3월 말 상임이사에 유기현 전 한나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닌 낙하산 관치금융 철폐가 금융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주요 금융권 기관장이나 감사 자리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가 많고 총선 이후 레임덕 얘기가 나오고 있어 막차를 타려는 낙하산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문제가 관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므로 추가적인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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