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인선 결정 '갈팡질팡'…친박·비박, 정 원내대표에 '신속한 결단' 촉구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진석호(號)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지 3주가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이 숙제만 쌓여간다. 당 내에선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 원내대표에게 걸었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그의 혁신위·비상위 인선이 '계파 논리'에 막힌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혁신비대위원장을 겸임할지, 외부인사를 영입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비토로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정 원내대표는 사실상의 '재신임'을 받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친박과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 끼어 너트크래커 신세가 되고 말았다. 외부인사들도 잇따라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요청을 고사하면서 인사 영입 능력면에서도 미숙함이 드러났다. 초반부터 '계파 청산' '당내 혁신'을 밀어붙였다가 오히려 열세에 몰린 형국이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중심에 서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말을 인용했다. 탈계파를 선언하며 중도를 자처한 만큼 계파 논리에 또다시 휘말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는 "빨리 결론을 내야한다. 다만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니까 시간을 좀 달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원내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진 않은 듯하다. 계파를 막론하고 당 소속 의원들이 그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의 결정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 '역량 부족'으로 비춰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럴 때일수록 정 원내대표가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유일한 지도부의 강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나경원 의원은 "(총선 참패 후) 40일이 지났는데 원내대표 한 명 뽑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정 원내대표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당 일정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당 소속 당선인·당협위원장 총회는 연기되고, 24일 원내대책회의도 취소됐다. 당 지도부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조기전대론'까지 나온다. 20대 국회를 앞두고 대야 협상, 원 구성 협상 등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당내 문제에 발목 잡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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