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진퇴양난]조선 업황 개선 '본말전도'…억울한 삼성

삼성중공업 부실에 대한 입장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고형광 기자] "삼성중공업 자구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던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추가 부실이 있을 것"에 이어 "(실적에) 자신이 있으면 실사를 받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자 삼성그룹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초 삼성중공업을 겨냥했던 칼날이 삼성중공업의 대주주인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으로 옮겨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삼성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삼성그룹 차원의 삼성중공업 지원 방안을 재차 요구한 가운데 추가 자구안에도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중공업을 살린다 만다 얘기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삼성중공업에 현재 필요한 것은 추가 자금이 아닌 업황 개선과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입장은 어느 정도 경영상의 책임을 다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의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그룹 차원에서 주목한 것은 저가 수주 문제였다. 월 단위로 생산과 판매를 되풀이 하는 사업과 달리 장기간 비용처리를 해야 하는 수주 사업에서의 부실이 컸다는 판단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시 경영진단을 실시하면서 일반 제조가 아닌 수주 사업의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이후 관련 계열사들의 모든 수주 사업을 재검토해 이를 토대로 현재까지 수주 관련 사업들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아예 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삼성그룹은 화학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지만 업황이나 경영이 어려워 헐 값 매각한 사례는 없다. 삼성중공업 역시 업황이 어렵다고 해서 발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왜 우리가 부실 기업?"= 지난 1분기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사내 유보금은 3조6102억원, 현금성 자산은 2조794억원, 부채비율은 254%다. 부채비율이 7000%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이 산은에 요청한 것은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2조9000억원이다. 차입금 회수가 없다면 인력감축, 도크효율화, 호텔 등 자산매각 등으로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해양 플랜트 비중이 높아 향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산은의 지적도 삼성중공업은 저가 수주가 문제였던 만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적정 수주와 업황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건전한 재정상태를 놓고 무작정 향후 발생할 손해가 클 수도 있다는 것 만으로 법정관리 회사와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어 당혹스럽다"면서 "자구안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충분히 자생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산은, 멀쩡한 기업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영업 악화"= 재계는 금융당국과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한 책임을 삼성중공업과 삼성그룹에 떠넘기려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구조조정이 한창인 삼성중공업에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넌센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한창인 기업에 대주주가 증자를 할 경우 제대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나"라며 "오히려 금융당국과 산은이 삼성중공업을 잠재적 부실덩어리로 매도하며 영업만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이미 조선 3사의 발주사들이 각사의 구조조정을 핑계 삼아 계약을 취소하거나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회사까지 금융당국과 산은이 부실 덩어리로 만들며 주요 고객사들이 현 경영 상태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해도 모자랄판에 금융당국이 부실이 예상되는 기업이니 함부로 거래하지 말라고 발목을 잡아 채는 격"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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