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의 오판

계파초월 행보가 되려 갈등 부추겨의견 수렴 없이 홀로 결정…"의욕이 지나친 것 같다" 평가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임시지도부를 선출하는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직후 동료의원들과 연락을 끊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향후 대책을 논의해야 할 비대위원들과도 접촉을 피한 채 장고에 돌입한 상태다.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곱씹어보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당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정 원내대표의 오판 역시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단적인 예가 무계파 행보다. 정 원내대표는 공약으로 "계파정치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며 중립행보를 예고했는데, 이 같은 의도가 오히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파 초월 정치가 계파갈등을 부른 셈이다.친박계 폭발의 도화선이 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을 보면 계파를 초월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하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에서 계파간 나눠먹기 대신 나름 원칙을 정해 인물을 선정했다. 원칙은 경제를 잘 알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전력이 있는 인물 가운데 지역 안배로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적당한 인사를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비박계 인물이 많이 포함됐을 뿐, 특정 계파를 배려한 것은 아니라는 게 원내지도부의 주장이다. 이보다 앞서 임명한 원내부대표단이 대부분 친박 일색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선 과정에서 소위 계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나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인선에 앞서 당내 의견 수렴절차를 밟지 않은 것도 정 원내대표의 실수라는 분위기다. 특히 비박계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카드를 사전 상의도 없이 임명했다는 점은 친박계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여기에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정 원내대표가 언급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풍경을 연출했다.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내부 조율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원장의 경우 원내지도부 일부에게만 "외부 인사 두어 명에게 의사를 타진할 것이고, 정 안되면 최후의 대안인 김용태 의원을 접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정 원내대표의 독자 행보는 취임 초기부터 당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선 직후 당청 보다 여야청 회동을 먼저 성사시켜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하다보니 청와대와 의도적으로 각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친박계 재선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6년만에 원내에 복귀하다보니 의욕이 앞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당을 준비중인 안상수 의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내대표 혼자 결정하다보니 갈등 봉합이 안되고 오히려 증폭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비박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정 원내대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친박계가 사전에 조율을 안했다고 반발하는 것을 보니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범친박에서 비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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