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5월, 조선 해운]'빅딜'없는 조선, 각자도생의 길로

몸집 줄이기 나선 대형조선사…현대중공업 임원 감축 신호탄중소조선사로 향한 구조조정 화살…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도[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생존의 절벽'에 선 국내 조선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5월'을 맞았다. 수주 절벽에 따른 대대적인 감원 한파가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대형조선소는 지난해에 이어 추가 인력감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중형조선소는 채권단 주도의 법정관리와 통폐합까지 고민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빅딜설' 수면아래로…대형조선사, 각자도생 고민=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실로 한차례 위기를 겪은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수주 가뭄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고 있다. 이번 위기는 글로벌 경기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데다 일감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에서 앞선 위기보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이다. 개별 기업 단위의 구조조정이 아닌 흡수합병ㆍ통폐합 등 소위 '빅딜설'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대형조선사 간의 빅딜을 일축하면서 합병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앞서 금융권 및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나머지 빅2에 매각하는 방안, 빅3의 해양플랜트 부문만 떼내 합치는 방안, 방위사업을 떼내 전문 조선업체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정부발 빅딜이 일단락되면서 조선 빅3는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데 전념하고 있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전체 임원의 25%를 감축했다. 지난 1일부터는 휴일 연장근로를 없앴으며 고정 연장근로로 폐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임원 감축을 신호탄으로 곧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과거에도 2014년 임원의 30%를 감축한 뒤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임원 감축 여파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빅2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가 강력한 자구안 마련을 요구함에 따라 추가적인 긴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9년까지 직원 3000여명을 추가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앞당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직 팔지 못한 서울 사옥과 마곡산업단지 토지 등에 대한 매각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수주를 단 한건도 따내지 못한 삼성중공업도 자체 긴축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또한 인력 감축을 포함한 자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조성되고 있는 추가 인력감축 분위기에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 투쟁에다 임금 인상까지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우려된다. 업계관계자는 "노조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강행한다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노조를 어떻게 설득시키는지가 구조조정 향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형조선소로 향한 구조조정 화살=대형조선사 간 빅딜설이 잠잠해지자 구조조정의 화살은 오래전부터 경영부진을 겪어온 중소조선사로 옮겨가고 있다. 오랫동안 채권단 관리를 받아온 중소조선사는 자산매각과 임원감축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에 놓여 있다.  STX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 채무와 경영상태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서며 재무여건이 악화돼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왔다. 이후 채권단은 4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3년 1조5000억원 영업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는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추가로 4000억원을 지원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미 많은 혈세가 투입됐지만 STX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STX조선해양의 금융채무는 총 6조원, 수주도 6개월째 따내지 못했다. 채권단 재실사 결과에 따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STX조선해양의 재실사 결과는 줄줄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중소형 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중소 조선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정리와 함께 통폐합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며 수주가 끊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람이나 자산 모두 이미 줄일만큼 줄인데다 대형조선사처럼 대형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LNG연료 추진선 등으로 재기를 노리기도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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