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감사 부실로 주식피해, 회계법인이 배상 책임'

정확한 재무상태 드러내는 객관적인 자료…'투자자, 감사보고서 믿고 주식투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회계법인의 잘못된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제조업체 A사가 B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대금반환' 소송에서 "B회계법인은 A사에 5억9999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사는 2011년 8월 비상장 회사인 C사 주식 80만 6450주를 14억9999만원에 샀다. A사는 C사의 2010년도 감사보고서를 참고했다. 감사보고서는 B회계법인이 작성했다.

대법원

B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매출채권 78억2512만원과 단기대여금 98억7740만원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기재했다. C사 자본은 95억1073만원으로 적어 놓았다. 그러나 C사의 매출채권과 단기대여금은 회수할 수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자본도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았다. 손해를 본 A사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B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회계법인이 A사가 손해를 입은 피해금액 14억9999만원의 70%에 이르는 10억4999만원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심지어 대상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였다는 의심마저 든다"면서 "감사보고서가 대상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을 반영하였다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은 B회계법인의 배상 책임을 40%로 판단해 5억999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 측이) 우발채무나 부외부채의 존재 유무 등에 관해 면밀한 검토를 한 후 입찰에 참가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2차 입찰에 참가해 이 사건 주식을 낙찰받았다"면서 원고의 책임을 토대로 B회계법인의 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대법원은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므로, 비공개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로서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된 것으로 믿고 그 주식을 거래하거나 그 매수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B회계법인의 40%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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