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비영 '日폐광촌 빨간꽃 보며 위안부 다루겠다 결심'

장편 소설 '몽화' 출간…일제강점기 세소녀 애환 풀어내

권비영 작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덕혜옹주'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권비영(61)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다룬 장편소설 '몽화'(夢花ㆍ북폴리오)를 펴냈다. '1940, 세 소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실, 은화, 정인 세 소녀가 겪어내야 하는 애환을 그렸다. 책은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는 은화를 통해 존재감도 없이 잊혀진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었다. 지난달부터는 출판사 북폴리오의 네이버 포스트에도 연재됐다.권 작가는 30일 "위안부 관련된 작품이 없는 게 아닌데 그동안 조명이 안 됐다"면서 "문인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던 주제인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드러내서 쓰지 못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위안부를 주제로 다룬 소설은 윤정모의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와 정현웅의 '그대 아직도 거기에 있는가' 등에 국한됐다. 권 작가는 '덕혜옹주'를 쓰는 동안에도 위안부 문제가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그러다 2년 전 방문했던 일본 폐광촌에서 무심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와 그 나무에서 떨어진 빨간 꽃송이를 보고 글을 쓸 결심이 섰다. "덕혜옹주와 같은 시기에 주목도 못 받고 쓰러진 일반 소녀들이 있었죠. 쉽사리 다루지 못하다가 2년 전 일본 폐광촌에서 바람에 떨어진 빨간 꽃송이를 봤어요. 꼭 피처럼 보였죠. 머리를 탁 치는 것 같았어요. 그게 촉매 역할을 해서 마음속에 있던 것이 풀어진 거죠."소설은 영실, 은화, 정인 세 소녀의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울러 개성 있는 캐릭터를 지닌 다양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옹억척스럽고 강인한 영실의 이모 을순, 주인댁 아들 대신 강제징용되는 칠복 등이 그 예다. 한국 소설에서는 낯선 주제인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것에 대해 작가는 "여성은 사회의 남성 우월주의에 많이 짓눌려 사회제도적으로 많이 조명받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한국문학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여성이란 주제에 더 천착할 겁니다"고 답했다.작품 출간이 작년 12월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시점과 맞물리는 것에 대해선 2009년 말 출간된 덕혜옹주 때 경성국치 100년 이슈로 화제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시기적으로 운이 맞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는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영화 '귀향'도 나온 만큼 제 소설로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더 심도 있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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