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슈퍼리치를 잡아라'...1대값 최소 840억에도 잇단 주문
걸프스트림 G650ER(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향후 10년 안에 중화권의 자가용 제트기 구입 건수가 현재의 세 배로 껑충 뛸 듯하다.캐나다의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는 10년 안에 아시아 억만장자들의 부(富)가 미국 억만장자들의 부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의 걸프스트림 에어스페이스, 유럽의 에어버스 그룹, 봄바디어가 중화권 고객들 취향에 맞춰 지원 서비스를 강화한 것은 이 때문이다.봄바디어가 최근 공개한 '2015~2024년 항공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의 호화 자가용 제트기 가운데 적어도 15%는 중화권으로 인도될 듯하다.항공 서비스 업체 싱가포르 테크놀로지스 에어스페이스의 앙체키앗 부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아시아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중국의 민간 기업인이라면 자가용 제트기 한 대 사서 유지하는 데 별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과거에는 주로 기업과 정부 기관이 비즈니스 제트기를 구매했다. 그러나 요즘 개인 억만장자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5000'에 마련된 테이블 세트(사진=블룸버그뉴스).
자가용 제트기 한 대 값은 최소 7000만달러(약 840억7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주문형 인테리어, 외장 도색 비용까지 들어간다. 봄바디어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세계 전체를 통틀어 1만6000대의 자가용 제트기가 운항 중이다.
걸프스트림의 G650ER의 내부 구조(사진=블룸버그뉴스).
글로벌 자산정보 제공업체 웰스X와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의 '2014년 세계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의 자가용 제트기 소유주는 평균 순자산 규모가 11억달러다. 세계 평균은 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게다가 아시아의 자가용 제트기 소유주는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제트기 유지 비용으로 세계 평균보다 40%나 더 쓴다.
걸프스트림의 G450에 설치된 좌석과 소파(사진=블룸버그뉴스).
오는 2024년까지 주문자에게 인도될 자가용 제트기는 9000대 정도다. 항공기 제조업체들에 2670억달러의 매출이 생기는 셈이다. 이 가운데 1540대가 아시아로 인도된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6000'에 마련된 황금색 싱크(사진=블룸버그뉴스).
자가용 제트기는 아시아의 주문자에게 인도되기 전 으레 대대적인 인테리어 개조 과정을 거친다. 뱅앤드올룹슨의 최고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천정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같은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소유주 이름이 새겨진 실크 카펫으로 화려하게 재단장되는 것이다.자동차ㆍ항공기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업체 '디자인Q'의 하워드 가이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고객들이 부티 나는 럭셔리 브랜드 인테리어 제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아시아의 자가용 제트기 구매자는 대개 소매ㆍ부동산ㆍ카지노ㆍ원자재 부문에 몸담고 있다. 이들은 으레 봄바디어의 '글로벌 5000' 같은 항속거리가 긴 대형 제트기를 선호한다.홍콩 소재 컨설팅 업체 젯솔루션 에이비에이션 그룹(國際商務航空顧問)의 후잉스(胡穎詩) 사장은 "중국인 바이어들의 경우 중국인답게 새빨간 혹은 오렌지색 카펫, 화려한 황금색 당초무늬를 좋아한다"고 들려줬다. 그러나 서양 브랜드ㆍ디자인에 좀 익숙한 중국인들은 중국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인테리어를 찾는다.
자가용 제트기 내의 식기류ㆍ찻잔ㆍ스푼ㆍ쓰레기통, 심지어 세면 화장품은 명품업체 에르메스의 제품이다. 좌석은 샤넬 문양의 가죽으로 씌워져 있다. 인테리어 자재로는 펜디,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기내 설비의 손잡이를 금으로 도금해달라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마작 테이블, 번쩍번쩍하는 디스코 조명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다. 풍수(風水) 전문가에게 기내 화장실이 침실과 마주하지 않도록 설계해달라고 의뢰하는 고객도 있다. 이는 화장실이 침실과 마주 보면 기(氣)가 나빠진다는 풍수설에 따른 것이다.항공기 제조업계는 아시아 주식시장의 변동성, 원자재 가격 하락,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명품 소비 단속이 아시아 항공시장의 장기 전망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봄바디어에 따르면 항공기 제조업계가 2015~2024년 중화권으로 인도할 자가용 제트기는 875대다. 665대는 나머지 아시아 지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아시아가 북미와 유럽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셈이다.걸프스트림이 아시아에 판매한 자가용 제트기는 5년 사이 배로 늘어 지난해 289대를 기록했다. 아시아가 미국에 이어 제2의 걸프스트림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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