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해진 카드업계, 'VIM'을 잡아라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신한카드는 2011년부터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의 신용카드 사업을 지원했다. 2011년 말 4500명이던 신한베트남은행의 신용카드 고객 수는 지난해 말 14만명으로 30배 이상, 같은 기간 취급액은 2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60배가량 급증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30일 신한카드 관계자는 “전업카드사들이 국내 시장만 보고 있을 때 신한은행과 함께 앞서 카드 사업을 하면서 예습을 한 셈이며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재계 서열 2위인 살림(Salim)그룹의 자동차 판매 계열사인 인도모빌(Indomobil)과 함께 신한인도파이낸스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이 회사에 340억원의 지급보증액 투자를 결정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등에 대한 할부와 리스, 소액대출 등에 우선 주력하는데 현지에서 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한카드가 지급보증액을 대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용카드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2014년 기준 2억5500만명)이지만 은행 이용률은 36%에 불과할 정도이며 현금 거래가 주된 결제수단이다. 그만큼 카드사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신한카드는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교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차별화된 대출 한도와 금리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또 한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신용카드 연계 할부금융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앞으로 5년간 파이낸스 분야 연평균 취급액 성장률 10% 이상을, 신용카드 사업에서도 조기에 선두주자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다른 타깃은 미얀마다. 신한카드는 올해 하반기 중 미얀마 당국의 허가를 받아 연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소액대출과 할부, 리스 사업에 주력하다가 점차 신용카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얀마는 신용평가 전산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아 대부분 사금융을 이용하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무주공산’이다. 인구는 5500만명을 넘는다. ‘빚을 갚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미얀마 불교 문화도 장점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부실 채권 발생 우려가 클 것 같지만, 현지 문화상 돈을 빌렸다 갚지 않으면 지역사회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에 실제 연체나 부실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한카드 뿐 아니라 대부분 카드사들에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 한국의 카드 시장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 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12년 63.8%에서 지난해 2분기 62.0%로 4년째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출범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해외 중에서도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이 주된 공략 지역이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대개 10%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는 특히 시장성과 성장성이 높은 나라로 이른바 'VIM'(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을 꼽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올해 46조원에서 2020년 107조원으로 두 배이상 성장할 것이란 해외 컨설팅 업체의 전망도 있다.우리카드도 지난해 베트남 등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시장과 관련 제도 조사를 했으며 올해 소액대출과 할부금융 등 현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GNC텔레콤과 협약을 맺고 현지화된 온·오프라인 연계 결제 서비스 보급, 모바일 간편 결제 및 인증 서비스 제공 등에 나서고 있다. BC카드는 인도네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만디리은행과의 합작을 통해 현지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지금까지는 카드사들이 국내에서 어느정도 수익을 거둬왔기 때문에 굳이 해외까지 나갈 유인이 적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면서 “절박한 상황이 돼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지만 5년가량 인지도를 쌓으면 주된 수익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카드사들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해외로 진출했는데 지금은 해외 수익 비중이 15%에 이른다. 우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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