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위법내용을 포함하거나 인사ㆍ경영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기업경쟁력과 고용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태조사를 통해 자율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4ㆍ13 총선을 앞둔 '노조 흠집 내기', '편파적 재계 편들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문제로 삼은 내용 대부분이 경영계 입장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정갈등이 또 다시 극한으로 치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정부는 2월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2.5%에 달하는 상황에서 고용세습, 현대판 음서제로 비판받는 '우선ㆍ특별채용 조항'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우선ㆍ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협은 4개 중 1개꼴(25.1%, 694개)이며, 대기업일수록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미만 기업의 위반율이 20.4%(1722개 가운데 351개)인 반면 1000인 이상 기업은 35.1%(342개 가운데 120개)에 달했다. 대기업의 경우 10곳 중 3∼4곳에서 고용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업무상 사고ㆍ질병ㆍ사망자 자녀(또는 피부양가족)에 대한 우선ㆍ특별채용이 505개(72.8%)로 파악됐다. 이어 정년퇴직자 자녀(442개, 63.7%), 업무외 사고ㆍ질병ㆍ사망자 자녀(117개, 16.9%), 장기근속자 자녀(19개, 2.7%),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5개, 0.7%) 순이다.다만 산업재해 질병ㆍ사망자 자녀의 우선채용 등 일부 조항의 경우, 고용세습이 아닌 근로자 보호 및 복지의 큰 틀에서도 읽힐 수 있어 논란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정책기본법 상 취업기회 균등보장 규정에 위반되고 다른 구직자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해 판례도 위법으로 보고 있다"며 "단협 규정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재해자 자녀에 대한 배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이처럼 정부가 단체협약 개선지도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은 고용경직성을 해소해야만 일자리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청년실업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청년구직자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복수노조 보장과 노조 운영의 자율성이라는 노동권의 기본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두에 선 것은 고용세습에 대한 비판이지만, 올초 노동계의 반발속에 발표한 양대지침과도 무관하지 않다. 고용부가 불합리한 단협의 사례로 언급한 '정리해고 시 노조합의', '회사매각, 합병, 양도, 공장이전 시 조합원의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사항 노사합의' 등의 내용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추면 노동자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양대지침의 내용과 동일하다. 하루라도 더 빨리 양대지침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노동계는 고용부의 이 같은 방침이 '편파적 사용자 편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산재 피해에 따른 우선채용도 마치 특권적 고용세습 사례인 양 분류한 부풀린 자료"라며 "사측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내용들만 가득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항에 대한 개선 유도는 없다"고 꼬집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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