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심장이 바뀐다] 100년 엔진 떼어내고 '30분 충전' 전국질주

글로벌 전기차 시장 1년새 두 배, 현대차 100% 전기차 확대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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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경기도 분당 자택으로 퇴근한 김전기씨. 김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운전석 옆 콘솔박스를 열어 핸드폰 크기의 차량용 배터리를 뽑는다. 한때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시설이 늘었지만 지금은 아예 사라지고 없다. 배터리가 초소형화되고 차도 작아지며 주차장은 되레 넉넉해졌다. 김씨가 집에 있는 거치식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은 불과 30분. 충전하는데 사용된 전기료는 한달 가구 전기세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 주유소가 사라진 자리에는 모두 모터ㆍ배터리 검사소가 들어섰다. 모터와 배터리는 전기차 최대 핵심 부품인 데다 고객들의 교체 요구가 꾸준해서다. 실제 모터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다. 낮은 전기 사용량의 저출력 모터와 이와 반대인 고출력 모델이 대표적이다. 고객 운전 성향에 맞게 손쉽게 교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과거 연료 엔진을 사용하던 때와 달리 차량 교환 주기도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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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에 일어날 가상의 시나리오들이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완성차들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4~2015년 국내 친환경차 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은 84%에서 73%로 떨어진 반면 전기차는 8%에서 1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도 내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더 늘리고 기존 주유소를 문화활동까지 가능한 스마트 충전 스테이션으로 만들겠다는 세부 계획도 세웠다. ◆글로벌 업체 '전기차' 집중=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 사태 후 세계 완성차 업계는 일제히 미래 전략차종 라인업 조정에 나섰다. 글로벌 5위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4년 정몽구 현대차그룹이 직접 발표한 '2020 친환경차 로드맵'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줄이고 전기차를 늘리는 데 있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연료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보다 100% 친환경인 전기차가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정된 로드맵을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12개에서 10개로 줄었다. 대신 전기차는 2개에서 6개로 늘었다. 전체 친환경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현재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4위에 올라서 있지만 2020년까지 전기차를 비롯한 총 26개 이상의 친환경차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기술력을 갖춘 독일업체들이 대표적이다. BMW는 순수 전기차 i3를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만 1만대 넘게 팔았다. 현재 최고급 차종인 7시리즈와 미니 순수 전기차도 준비 중이다. 벤츠도 내년 신형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을 내놨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올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독일 카멘츠에 5억4300만달러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며 "2018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4개로 구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는 모델3를 공개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가격도 낮췄다. 앞선 모델S보다 2만달러 싼 3만5000달러에 책정했다. GM(제너럴모터스)도 2세대 볼트를 내년부터 판매한다. 르노-닛산은 중국시장을 겨냥해 저가형 전기차 출시까지 고민 중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최근 중국 합작법인인 동팡르노 공장 가동식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아주 가격이 낮은 전기차를 원한다"며 "이에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현지 전략형 저가 모델 출시 계획을 어필했다. ◆이미 시작된 전기차 시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4년 3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60만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시장도 같은 양상이다. 2011년 338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5712대로 5년새 16배나 뛰었다. 올해도 50%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판매량만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업계의 분석은 다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차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뒤처져 있지만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완성차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의지가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미온적이던 정부의 의지도 달라졌다. 지난 연말 박근혜 대통령이 100조 규모로 키우겠다고 언급한 에너지신사업 4개 중 전기자동차가 포함돼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수정안으로 제주도를 첫 사업지로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까지 1회 충전거리를 기존 대비 2.5배 늘리고 전국 각지에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는 등 충전 관련 인프라 확충에도 힘쓸 계획이다. 시내버스 3만3000여대도 2030년까지 전기차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급속충전시설 30대를 추가 설치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아직 서울에서 강원도와 충북 일부 구간은 전기차로 이동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급속충전시설을 2017년까지 총 637기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전기차로 전국 이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인프라를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기술, 처진 지원= 무엔진 시대에 맞춰 변화할 산업 환경도 대비가 필요하다. 엔진에서 모터로 바뀌더라도 완성차 조립라인의 변화는 없지만 제작라인 조정은 불가피하다. 엔진보다 모터의 부품이 적은 탓으로 업계에서는 주 구동기관이 모터로 바뀌면 현재 부품업체 10%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배터리 투자와 생산량 증대를 통해 대규모 인력조정을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가 집중 보급되는 제주도에서만 300여개의 새 일자리를 준비 중이다. 열악한 인프라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시설은 총 337개로 지난해 보급된 전기차 5700대 대비 5.9%에 불과하다. 한번 충전으로 평균 130km를 가는 점을 감안하면 고속도로 이용은 불안하다. 전기차 개인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도 한계를 보인다. 기존 공동주택에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신규 공동주택에는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기존 공동주택에는 설치가 쉽지 않다. 입주민 동의가 어려운 데다 입주민 시설인 탓에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차값의 절반이 넘는 배터리 수명이 짧은 것도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할수록 수명이 떨어져 8년 정도가 되면 교체해야 하지만 배터리 교체시 정부 지원금은 없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지원하고 있지만 계속 이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며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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