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활로 중의 하나가 문화콘텐츠 분야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한류 열풍'에서 확인되듯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이 같은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면서 미래를 열고 있을까. 이미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오늘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외국 자본의 공습 앞에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휘청일 수도 있다는 불안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성사한 인수합병(M&A) 거래건수는 33건으로 전년보다 3배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10년간 중국 기업의 한국 M&A 건수 가운데 약 70%를 차지한다. 거래 규모로도 19억달러로 전년 대비 128%나 증가했다.세계를 상대로 한 중국 자본의 무서운 기세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주목할 것은 한국기업에 대한 인수 타깃 업종이 제조업에서 문화콘텐츠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제조업체 인수가 전체 가운데 52%였으나 지난해 들어 서비스업이 73%를 차지한 가운데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서의 진출이 뚜렷하다. 이는 물론 우리 콘텐츠의 품질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중국 기업들이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로서도 중국은 물론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랄 수 있다. 그러나 적잖은 콘텐츠업체들이 제휴나 공조를 넘어서 중국의 자본에 잇따라 매각되고 있는 현실은 자칫 한국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매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미 중국 거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 텐센트가 국내 게임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비교적 소액으로 자본을 조달해 M&A에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체로 규모가 작은 편인 콘텐츠 기업들이 쉽게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협의 보고서는 이 같은 콘텐츠 기업 매각 행렬은 국내의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기업 간 M&A를 통한 기업 규모 확대가 쉽지 않은 등 각종 규제가 M&A 시장 확대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자본시장 제도를 활용해 자본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의 특성에 맞춰 M&A 관련 제도와 법규 등을 서둘러 보완 개선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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