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값 100%↑…저물가 소리에 주부들 '그게 어디서 나온 얘기냐'
▲21일 황학동 중앙시장 채소가게에서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무, 배추, 대파 할 것 없이 안 오른게 없네요. 간소하게 차려서 먹는다고 해도 외식이 오히려 싸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부들은 쉴 새 없이 채소를 '들었다'가 '놨다'. 정부는 저물가를 우려하고 있지만,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하나같이 식료품 가격 상승에 울상을 지었다. 황학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정모씨는 "설 때도 가격이 올랐는데 끝나고 나니 더 올랐다"면서 "식료품이니까 어쩔수 없이 사지만, 옷가지 같은 것은 아예 살 엄두도 못낸다"라고 말했다. 시장 채소 가게에서 만난 김모씨는 방금 산 대파 한단을 들어 보이며 "이 대파 한단이 4000원"이라면서 "외식이 오히려 싸다고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상인들도 울상이다. 시장의 한 상인은 "손님들이 가격을 물어보고는 놀란다"면서 "가격을 좀 진정시켜주던 중국산들마저도 요새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솟값의 상승세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19일 1kg 기준 양파값은 1년 전 같은 날에 비해 100.3% , 마늘값은 52.5% 올랐다. 무 가격은 44.5% 상승했다.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추세다. 황학동 이마트에서 만난 주부 임모씨는 "가계부를 쓰지 않아 식료품 값 오르고 내리는 것을 잘 몰랐는데, 요새 양파값 오른건 알겠다"면서 "며칠 새 깜짝 놀랄 정도로 오르는 것 같아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유통단계 축소 대량 구매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의 채소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배추가격은 3달전에 비해 17.5%, 대파값은 29.6% 뛰었다.
▲21일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한 주부가 대파를 쳐다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입되는 저가 제품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파의 경우는 중국 현지에서의 생산량이 줄면서 산지 도매가격이 오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저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마트에서 해산물을 고르던 김모씨는 "저물가라는 게 어디서 나온 말이냐"면서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집값부터 애들 학원비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면서 "하다못해 아파트 관리비까지 올라서 살림이 갈수록 빠듯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8% 오르는 데 그쳤다. 장바구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신선식품' 관련 물가지수 역시 4.2% 상승을 기록해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나타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유통부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