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카드 최대주주…퍼즐 맞춰가는 지배구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삼성생명으로 넘기면서 '그룹 지배구조 퍼즐'도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재계에선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온갖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사의 밑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원샷법을 계기로 금융 및 비전자 계열사들의 사업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간이분할합병 요건 충족= 삼성생명의 카드 지분 추가 확보를 중간금융지주 설립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지분을 추가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번 삼성생명의 카드 지분 확보가 원샷법 통과 이후 사업재편을 위해서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 37.5%를 확보하며 총 72%의 삼성카드 지분을 갖게 됐다. 원샷법이 통과되면 삼성카드는 주총을 열 필요가 없는 간이분할합병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기존 간이분할합병 요건은 발행 주식 90%를 보유해야 했지만 원샷법은 해당 요건을 3분의 2로 완화했다. 간이분할합병이 가능해지면 삼성카드를 계열사 지분ㆍ현금성 자산이 포함된 투자회사와 순수영업자산만 가진 사업회사로 분리해 이중 사업회사만 매각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손쉽게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금융계열사의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원샷법 통과와 함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역시 유리해졌다. 원샷법에서는 주주의 반대매수청구권 요청 기간이 20일에서 10일로 짧아지고 회사의 주식 매입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이어 사업조정을 해왔던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들의 소규모 합병도 가능해진다. 각 계열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전장 사업 등 각 계열사가 별도로 진행하던 사업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 궁극적 목표는 금산 분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확보하지만 현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금융계열사 지분을 덜어내며 지배구조상의 고리 하나가 끊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과 제조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금산분리도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는 형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20.8%를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받게 될 경우 단일 최대주주가 돼 장기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수조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불가피한데다, 완전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매각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상속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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