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횡성군은 ‘힐링의 메카 횡성’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 몇 년 마음이 가는 곳 중 한 곳이 횡성이다. 요란스럽지 않게 여행해야 더 곁으로 다가오는 곳이며, 횡성 한우가 횡성의 전부가 절대 아닌 곳이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곰배령도 아닌 주제에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방문 예약을 해야 입장이 허락되는 숲이 있다. 하루에 딱 70명에게만 숲 통행증이 발부된다. 도대체 어떤 숲이기에 예약까지 하며 읍소를 해야 하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숲체원은 자작나무숲으로 유명한 청태산 850미터 고지에 위치한다. 편안한 등산로, 숲 탐방로, 포레스트어드벤처 등 7가지 숲 체험 코스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피톤치드, 음이온, 테르펜으로 가득 찬 편안한 등산로는 해발 920미터의 산 정상까지 목제 데크로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숲 산책이 여의치 않았던 장애인이나 노약자, 임산부도 가볍게 떠날 수 있다. 편안한 등산로와 숲 탐방로만 걸어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니, 숲체원을 온전히 둘러보고 싶다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많은 눈이 내려 탐방로나 테크로드의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니 예약할 때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명품 숲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숙박 시설도 인기다. 국내산 목재를 사용한 290여 명이 묵을 수 있는 52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자연휴양림에서도 있는 취사 시설이 이곳에는 보이지 않았다. 숲을 보호하기 위한 까다롭지만 바람직한 고집이란다.
전국구 명성으로 치면 횡성 한우만큼이나 이름난 것이 안흥 찐빵이다. 안흥에 왔으니 찐빵을 먹어보자며 찐빵집을 고르다가 인상을 따지는 후배의 촉으로 우여곡절 끝에 원조집을 찾을 수 있었다. 찐빵을 빚던 밀가루 묻은 손으로 이야기보따리를 슬며시 풀어놓은 심순녀 할머니. 너 나 할 것 없이 가난하던 시절, 할머니는 어려운 살림을 도우려고 양말 장사, 생선 장사를 전전하다 호떡 장수에게 호떡 만드는 법을 배워 그 기술로 찐빵을 만들어 팔면서 1남 4녀를 키워냈다고 하셨다. 집을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사이 안흥마을은 서로 원조, 시조 등을 운운하는 간판이 요란한 찐빵 마을이 됐다.
할머니의 찐빵은 겉피는 쫄깃하고 솥에서 익은 통팥은 살아 있다. 밀가루에 설탕과 막걸리 등을 섞어 반죽하고 국산 팥을 달지 않게 만들어 손으로 직접 빚어 숙성시켰다가 쪄내는 것, 찐빵 신화의 주인공이 밝힌 맛의 비결이다. 그러니 진짜 맛을 아는 단골들은 찐빵집에서 “두 개요!” “세 개요!”라며 통 크게 사 간다. 단골만 아는 주문 공식은 한 개란 그 하나가 아니고 스무 개가 담긴 상자 하나를 뜻한다.
Infomation
횡성군청 033-340-2114, //tour.hsg.go.kr/tour/
숲체원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산 1-13, 033-340-6300,
//www.soopchewon.or.kr
심순녀 안흥 찐빵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서동로 1029, 033-342-4460
글=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blog.naver.com/travelfoodie), 사진=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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