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이 쓴 유일한 아동문학 … 글누림 출판사에서 출간
[아시아경제 정동훈 인턴기자] 횡보(橫步) 염상섭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개벽》에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유학 시절에는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옥살이를 했고, 식민지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 지식인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해군 정훈국에 근무한 이력도 있다. 이런 까닭에 염상섭은 ‘어떤 소설가보다 이념의 편에 닿아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의 각이 첨예하게 날을 세운 한반도에서 그 날이 무디어지기를 소망했던, 그래서 하염없이 문장을 쓸 수밖에 없었던 한 소설가를 이제 다시 만난다.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낯선 이 시대에도 그의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다른 모습으로 혼돈을 겪는 한반도에서 이제 다시 염상섭이다.글누림 출판사에서 낸 염상섭의 장편소설 세 권은 미발표분이 실린 ‘난류’와 1952년 평범사가 발행한 ‘채석장의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출판사에서는 그의 어감과 문장을 최대한 살려 실었으며 신문 연재 당시의 판본 고증을 거쳤다고 했다.한국근대문학이 계몽주의적 성격을 벗어나기 시작한 1920년에 처녀작을 발표한 염상섭은 분단된 남한 사회에서 1963년에 작고하기 전까지 동시대 삶을 증언하면서 내일을 꿈꾸었던 탁월한 산문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식민지 현실과 분단 현실의 한복판에서 생의 기미를 포착하면서도 세계 속의 한반도를 읽었기에 우리의 삶을 이상화시키지도 세태화시키지도 않았다. 처녀작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비롯하여 ‘만세전’, ‘삼대’, ‘효풍’ 등은 이러한 성취의 산물로서 우리 근대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의 문학세계는 제국주의적 지구화의 과정에서 동아시아 및 비서구가 겪는 다양한 문제를 천착하여 보편성을 얻었다.정동훈 인턴기자 hooney53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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