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해피투게더'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후드티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접시 위에 놓인 닭머리를 휘둥그레 쳐다보고 있다.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 나체의 여자, 인민복을 입고 있는 남자 등 여러 군상이 다닥다닥 붙어 웃음 짓고 있는 코믹한 풍경, 사시 눈을 한 여자를 그린 원색이 돋보이는 그림….중국 유명 현대미술작가들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다. 쩡판즈, 쟝샤오강, 펑정지에, 팡리준, 루오 형제(Luo Brothers), 예용칭, 저우춘야, 리진, 아하이, 위친핑 등 10여명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내년 1월 28일까지 전시된다. 현대의 문화적 혼돈 속에 작가들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통의 흔적들이 중국현대미술 속에 녹아든다. 예고없이 밀려든 자유분방한 서구 문화와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중국 작가들은 냉소적인 리얼리즘, 소외된 초상, 현대적인 초현실, 사회풍자, 불안감, 향수, 전통 등의 소재를 작품에 어필해 왔다. 처음에는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던 형태와 색채들이 지난 10년을 통해 진화했다.도살된 빨간 'Meat', 환영을 보는듯한 불안한 'Hospital', 불확실한 인간의 'Mask' 시리즈로 잘 알려진 쩡판즈는 최근 홍콩과 런던에서 '풍경' 시리즈를 전시해 왔다. 재현된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는 토끼 'Rabbit'은 중국 서체의 아름다움과 오버랩 되어 추상화의 느낌마저 들게 한다. 2013년 가고시안 갤러리 개인전 전시도록 커버 작품이다. 이번엔 페인팅과 흡사한 시각 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100호에 가까운 크기의 프린트로 제작됐다.무표정한 가족초상화로 유명하며 현재 중국작가 열풍의 주역인 쟝샤오강의 최근 인기시리즈 'Amnesia and Memory portfolio'는 경매에서도 보기 힘든 판화이다. 무채색이 아닌 퇴화된 색을 내기 원한다는 작가가 초현실적인 무채의 공간 안에 빨간 주먹, 노란 발, 까만 전화기, 스피커 등 특정 소재에 원색을 부여한 판화 8점이 전시됐다. 제주도에 작업실이 있고 최근 민병훈 감독 영화의 주연배우로 활약할 만큼 한국과 인연이 깊은 펑정지에의 사시눈의 여인 초상화 시리즈,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명대화풍의 익살스런 인물들과 화려한 연회상을 그리는 리진, 고사를 재해석한 아하이, 전통적인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예용칭, 상업주의를 풍자한 루오 삼형제, 개인의 내적 갈등과 거대한 사회구조의 충돌을 대머리 인물상으로 표현하는 팡리준, 현대인의 불안함을 녹색 개로 표현한 저우춘야의 작품까지 다양한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가격대는 100만원대 부터 3000만원대까지. 02-733-6469.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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