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망할 것" 주변 만류 컸던 반도체사업 진출때와 닮은 꼴생산은 바이오로직스·판매는 바이오에피스…삼성전자처럼 분리 시장성장률 기존 사업의 2배…차세대 먹거리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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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이 21일 바이오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에 사실상 승부수를 띄웠다. 구체적인 목표도 수립했다. 2018년까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다. 과거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했을 때처럼 정부 정책에 호응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 사업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단기간에 글로벌 선도 업체만큼의 생산 역량을 갖추겠다고 나선 데에는 삼성전자와 반도체라는 40년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3년 뒤 1위'라는 자신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바이오 성장률 반도체 보다 2배 이상 높아= 삼성그룹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가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일찌감치 점쳐왔다. 전 세계 제약시장은 지난 2014년 78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은 23% 수준인 약 179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825억 달러였다. 바이오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2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진출한 CMO(의약품생산전문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46억 달러에서 오는 2017년 7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9.4%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방산, 화학 계열사들을 한화, 롯데로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사업재편에 나서면서도 바이오 사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40년전 삼성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안팎의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던 것처럼 바이오 산업의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삼성의 미래로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 이번 투자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업 구조도 삼성전자와 닮은 꼴…'생산'과 '개발ㆍ판매' 분리= 이번 발표에서 바이오 생산은 바이오로직스, 의약품 개발과 판매는 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생활가전(CE) 부문, IT모바일(IM) 부문 등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이어받았다는 점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 라이벌인 애플 역시 파운드리 고객사 중 하나"라며 "철저한 사업상 분리가 돼 있기 때문에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었는데 바이오 역시 생산과 개발 법인을 별도로 분리하고 이를 유지하며 글로벌 제약사들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 플랜트는 반도체 플랜트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클린룸을 유지해야 하고 생산 도중 전력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일체의 불순물과 세균까지 허락하지 않는 초순수(증류수보다 깨끗한 물)가 필요하다는 점이 그렇다. 각종 화학 약품 폐기 절차 역시 반도체 사업장에 적용해왔던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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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장 건설을 맡은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바이오 플랜트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전자 계열사 외 중공업 계열사 역시 바이오 산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3공장 건설의 경우 1만5000리터 배양기 12개를 건설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35개월, 투자비는 8500억원 수준이다. 타 제약사의 경우 1만5000리터 배양기 6개를 건설하는데 40개월 이상 걸렸다. 비용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2배 이상의 효율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가동중인 1공장(3만리터)과 2공장(15만리터)의 생산 능력을 더하면 3공장 완공시 총 36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1위 CMO인 스위스 론자(26만 리터), 2위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 리터)를 크게 웃돌아 2018년 세계 1위 CMO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17년 이후 시황을 살핀 뒤 4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짓는다. 플랜트 건설을 비롯해 원가경쟁력서도 자신을 갖고 있는 만큼 바이오 사업서도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엄청난 규모의 매출을 거뒀듯이 의약품 역시 신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3공장이 완공되면 원가경쟁력서 경쟁사 대비 큰 이점을 갖는 만큼 좋은 의약품을 좋은 가격에 생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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