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으로 골머리 앓는 건설사 헤지 수단 생기나

거래소·감정원 금융상품투자지수 개발 후 가상시나리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직장인 A씨는 전세 8000만원을 주고 홍대 원룸에 산다. 아파트 마련이 꿈이지만 연봉 4000만원을 받는 A씨에게 한 채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기란 '언감생심'이다. '어디 아파트 값이 올랐다더라' '어느 동네가 뜰 것 같다'는 투자 정보를 들어도 가슴만 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실물(부동산)을 소유하는 대신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 선물 상품을 발견했다. 유망하다고 들은 강남지역에 있는 현대아파트 선물(가칭)에 아파트 가격(10억원)의 5%인 5000만원을 증거금으로 내고 투자를 시작했다. 6개월 뒤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 가격이 10억5000만원으로 뛰면서 A씨는 5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D건설사는 3년 후 200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을 세웠다. 가구당 건설원가는 4억5000만원. 분양가를 5억원으로 잡고 완판되면 1000억원의 수익을 낼 심산이었다. 문제는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3년 후 완판된다는 보장이 없고 지금보다 땅값이 떨어지면 손해를 볼 것 같았다. 고민 끝에 D건설사는 선물시장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선물계약을 미리 매도해 놓기로 했다. 3년 후 부동산 경기가 꺾여도 5억원의 분양가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상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금융상품투자지수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지수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지수에 따라 거래가 가능한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 관계자는 "D건설사 자금팀을 만났는데 '1년 분양이 조원 단위'라고 하면서 헤지 가능한 금융상품이 생기면 분양에 신경 안 쓰고 건설업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고 반색했다"면서 "현재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당시 땅값보다 떨어져도 분양 때문에 손해보고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경기에 따라 계약 해지가 속출하고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의 입주대란이 생기면 건설사의 재무 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할인 분양이 필요하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관건은 지수 산출 방식이다. 현재 감정원에서 통계 목적으로 전국 지수, 수도권 지수 등 부동산 지수를 한 달에 한 번 발표하고 있지만 투자용 지수는 일 단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소는 감정원에 의뢰해 지수 발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대표성도 띠어야 한다. 특정 아파트 브랜드나 특정 지역만 반영한 지수라면 공정성이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거래소는 지수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감정원이 보유한 통계와 인프라를 가지고 지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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