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코스닥 시가총액 4위에 랭크된 동서(3조1904억원ㆍ8일기준)는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유독 기업탐방에 인색한 기업으로 꼽힌다. 스몰캡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년 전에 회사 앞에 찾아가고 담당자한테 커피 한 잔 하자고 여러 번 요청했는데 전부 거절당했다"면서 "어떻게든 외부 정보들을 취합해 기업분석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그러기엔 한계가 있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애널리스트는 동서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고 이를 갈았지만 이런 허탈감을 맛본 게 비단 이 애널리스트뿐만은 아니다. 동서는 1995년 코스닥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기업탐방이나 기업설명회, 기자간담회를 실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ㆍ애널리스트ㆍ기자에게 빗장을 닫은 건 동서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동서식품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대기업이면 한두 번은 열기 마련인 '기자간담회' 한 번 연 적 없다. 물론 기업탐방ㆍ설명회ㆍ간담회 등 IR활동이 기업에게 필수는 아니다. 1000여개 되는 코스닥 기업 중 '우리 회사 좀 찾아주소'하고 반기는 회사는 3분의 1도 안 된다. 동서 입장에서는 일회성의 기업탐방과 IR 활동으로 주가가 들썩거리기보다 실적으로 보답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수도 있다. 실제 탐방 없이도 동서는 가치투자자들에게 인기 종목이었다. 기업탐방 횟수만 6000회에 이르는 한 자문사 대표 A씨는 "10년 넘게 동서에 투자했지만 기업탐방은 못했다"면서도 "주가가 완만하게 올랐고 묵묵하게 배당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믿고 베팅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동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는 동서식품이 전반적인 믹스커피시장 침체에 따라 매출이 꺾이고 있어서다. 동서식품 매출은 2012년 1조5603억원, 2013년 1조5303억원, 2014년 1조5056억원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곳간 역할을 하는 동서식품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회사 성장 전략이나 비전은 뭔지, 궁금증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불량 시리얼 등 식품기업에게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위생 이슈가 터졌을 때도 동서와 동서식품은 '동서식품 홍보팀'만을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열어 뒀었다. 투자자나 애널리스트, 기자가 진짜 궁금한 건 사업보고서에 찍힌 숫자나 홍보팀이 걸러서 말하는 기계적인 대답이 아니다.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숫자와 숫자 사이에 담긴 행간이다. "배당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다 들어간다" "기업탐방을 여러 번 요청했더니 배당을 깎겠다더라" "동서는 지분 승계 때문에 주가 오르는 걸 오히려 싫어해서 기업탐방을 안 받는다". 악의적으로 양산된 루머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동서에 대한 온갖 루머가 난무한다. 물론 모두 숫자로만 대답해 줄 수 없는 루머들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