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결정에 상임위 일사불란하게 처리
정의화 "여야 지도부 '거래형 정치'만 남아"[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016년도 예산안과 함께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 5개 쟁점법안이 3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는 법안 바꿔먹기와 상임위 심사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반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것도 지난해 1월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이다.문제의 발단은 여당이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작전에서 비롯됐다. 여당 지도부가 야당에 취약한 예산안을 고리로 쟁점법안을 처리하기로 했고 2일 새벽 야당과의 협상에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지원법으로 명칭 변경) 등 경제활성화법안과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법, 대리점법(일명 남양유업방지법) 등 경제민주화법안을 당일 본회의에서 통과하기로 합의한 것이다.그러자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체계 자구 심사를 위해서는 5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 59조를 언급하며 심사를 거부했고 야당 의원들은 법안을 연계해서는 안된다며 예산안 처리까지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였다.이는 법안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되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여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하자, 정 의장은 결국 같은 법 86조에 명시된 '법안 심사기간 지정'을 통해 법사위 심사 없이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했다. 비준동의안과 예산안을 제외한 일반 법안이 법사위 의결 없이 소관상임위에서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지난해 1월 개정된 국회법이 시행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여야 지도부가 법안을 맞바꾸고 강행처리하면서 상임위의 심사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 의장은 3일 새벽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여야 정당 지도부만 보이는 형국"이라면서 "지도부에 의한 주고받기 식의 '거래형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쟁점법안의 상임위 처리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지적은 더욱 명확해진다. 대리점법은 2013년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후 2년 넘게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중이었지만 지도부 결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십 초였다. 여야 지도부가 법안 처리를 결정하자 법안소위와 전체회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법안 설명과 질의는 전혀 없었다. 외국인환자유치지원법 등을 심사한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정무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관광진흥법은 아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다급해진 여당이 수정안을 마련해 급히 본회의에 제출했고 국회의장의 본회의 상정 결정에 따라 처리됐다. 2012년 발의된 이후 3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임위는 아예 없었다.국회 일각에서는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협상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가 시한에 쫓겨 마련한 상생협력기금이 곧바로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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