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길 걷는 2002 월드컵 4강 주역…대표팀 차기감독 후보 '황홍상탁'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2002년 월드컵의 두 영웅이 엇갈린 길을 간다. 프로축구 포항을 맡은 황선홍 감독(47)은 작별을 고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FC서울과의 홈경기가 고별전이었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46)은 돌아온다. 중국과 일본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곧 몸담을 팀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황선홍 감독은 잠시 쉬기로 했다. 그는 2003년 2월 전남 드래곤즈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뒤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07년 12월부터 3년 동안 부산 아이파크, 2010년 11월부터 5년 동안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었다. 포항은 황선홍 감독이 날개를 편 곳이다. 그는 "내 축구가 한 발 더 전진한 시기"라고 했다. 2012년 대한축구협회컵(FA컵)에서 우승해 지도자로서 첫 결실을 맺었다. 2013년에는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했다. 늘 꿈꿔온 청소년 선수 육성 체제도 구축해 '화수분 축구'를 실현했다.김승대(24ㆍ포항), 이명주(25ㆍ알아인) 등이 황 감독이 기른 선수들이다.
황선홍 감독은 지쳤다. 구단의 지원이 축소되면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 2년 동안 트로피 없이 보내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됐다. 지휘봉을 내려놓으려는 그를 일본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가 불렀지만 거절했다. 황 감독은 "한국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쉬겠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했다.홍명보 감독은 돌아온다. 그는 2005년 6월 독일월드컵을 통해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데뷔한 홍명보 감독은 이후 연령별 대표 팀을 맡아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이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나갔지만 1무 2패로 조별리그 최하위(4위)를 기록한 뒤 물러났다.홍명보 감독은 아직 인기가 있다. 중국 슈퍼리그의 여러 클럽이 그를 원했고, J리그의 알비렉스 니카타도 적극성을 보였다. 홍 감독은 "꼼꼼하게 살펴 결정하겠다"며 베이징 궈안과 항저우를 놓고 고민했다. 항저우가 유력하다. 25일 항저우 구단을 방문해 계획 등을 듣고 지난 26일 귀국했다. 그는 아직 한 번도 클럽 팀 지도자를 해보지 않았다. 그로서도 도전이다. 황선홍-홍명보 감독은 갈길이 먼 지도자들이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에만 네 번 나갔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나란히 지도자로 변신했다. 황 감독은 클럽에서 경험을 축적했고, 홍 감독은 대표 팀만 맡아 일했다. 특히 홍 감독은 클럽 경험 없이도 모든 감독이 꿈꾸는 대표팀 감독이 됐다.많은 현장 지도자들이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의 후임자로 두 사람을 꼽는다. 40대 감독 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최용수(42ㆍ서울) 감독은 "훗날 대표팀 감독 후보로 황선홍, 홍명보, 신태용(45) 감독이 꼽힐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해의 실패 때문에 생채기가 났다. 클럽에서 능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이번 선택이 두 감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 수 없다. 재충전은 황선홍 감독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리그는 홍명보 감독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최용수 감독은 "황 감독님이 더 무섭게 변해서 나타날 것 같다"고 했다. 황 감독은 "감독들의 중국 도전은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나도 기회가 오면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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