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유전자 변형 연어' 습격사건

슈퍼피쉬인가, 프랑켄피쉬인가

▲유전자변형연어를 두고 찬반논란이 뜨겁다.[그래픽=이주룡기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새로운 연어의 등장으로 지구촌이 떠들썩합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아닙니다. 수족관에 갇혀 일반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두 배나 빠른 연어를 말합니다. 유전자 변형 연어(Genetically Modified Salmon, 이하 GMS)입니다. 그동안 옥수수, 콩 등 식물 등에는 유전자변형작물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처럼 유전자변형기법이 동물에게 적용되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GMS를 만든 곳은 아쿠아바운티(AquaBounty)라는 회사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GMS에 대해 식용 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1992년 GMS가 개발됐고 FDA에 승인 신청을 한 지 20년 만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식용과 판매 결정이 정해지면서 아쿠아바운티는 이르면 2년 안에 미국 등 대형마켓에 GMS를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슈퍼 연어 vs 괴물 연어=이번 GMS를 주고 미국을 중심으로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해 찬성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GMS가 새로운 식품시대를 열 것이며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GMS에 대한 안전성 여부 등 거부감을 보이는 쪽에서는 '프랑켄피쉬(Frankenfish)'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은 'DNA 추출→재조합 운반체(벡터) 준비→형질전환→상품화'의 네 단계로 이뤄집니다. GMS도 대서양 연어와 태평양 치누크 연어의 DNA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GMS는 성장이 일반 연어보다 2배 이상 빠릅니다. 반면 먹이의 양은 일반 연어보다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성장 호르몬이 두 배 이상 많기 때문에 먹는 양은 적고 2배 이상 빨리 자랍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인 비용대비 효율성 면에서는 최고인 것이죠. 로날드 스토티쉬(Ronald L. Stotish) 아쿠아바운티 CEO는 FDA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공식 보도 자료를 내놓으면서 "우리가 만든 GMS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건강하고 영양가 높은 연어 시장에 대한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며 "인공수조에서 기르기 때문에 대양오염도 없고 환경적으로도 아주 책임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GMS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 민간단체들은 "성장 속도가 2배 정도가 될 정도로 변형된 GMS는 괴물물고기나 다름없다"며 "아직 안전성 등 철저하게 따질 게 많은데 FDA가 성급하게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승인 결정에 대해 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안전하다" vs "위험하다"=GMS 등 유전자변형에 대한 이슈는 과학적 논란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갈립니다. 그동안 인류는 유전자변형작물을 수십 년 동안 먹어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시각이 엇갈립니다. 한 쪽에서는 "수십 년 동안 GMO를 먹어왔는데 아직 이상 징후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GMO는 안전하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GMO는 인류에 조금씩 축적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 GMO의 완벽한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GMO의 안전성 여부는 짧은 시간 안에 결론 날 사안은 아닙니다. ◆"GMS 표시해야" vs "의무 사항 아냐"=또 하나의 논쟁은 GMS에 대해 유전자변형이라는 '정보'를 표기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법적으로 아쿠아바운티는 자신들이 만든 GMS에 '유전자변형'이라는 정보표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FDA 측은 "이번 승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GMS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식용 승인이 내려졌고 다른 일반 연어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기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소비자단체들은 반발합니다. 소비자 단체들은 "대형마켓에서 정보표시 없이 유통된다면 어떤 것이 GMS인지, 일반 연어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생태계 파괴" vs "그럴 일 없다"=성장 호르몬이 두 배 이상 빠른 GMS는 빠르게 성장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 같은 '괴물 연어'가 일반 생태계에 방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 두고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GMS가 일반 연어들이 사는 곳에 흘러들어간다면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야생에 GMS가 방류된다면 아주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고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아쿠아바운티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합니다. 아쿠아바운티의 양식장은 캐나다와 파나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공수조에서 생활하고 기르기 때문에 야생에 방출될 위험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만에 하나 야생 생태계에 방류되더라도 수정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번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판다" vs "안 판다"=이런 가운데 미국 대형마켓들의 움직임 또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FDA가 승인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라 아쿠아바운티가 판매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대형마켓이 상품 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는 물론 미국의 소비자들이 GMS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자 대형마켓들도 눈치를 보는 것일까요. 몇몇 대형마켓들은 "우리는 GMS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의 소비자 마켓인 트레이드 조(Trader Joe's), 홀 푸드(Whole Foods), 타깃(Target) 등은 해당 유전자변형 연어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대형마켓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것을 향하는 연어들의 모습은 타고난 본성이죠. 이제 이런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은 추억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쿠아바운티의 인공수조.[사진제공=아쿠아바운티]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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