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대법원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발전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영업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 일요일을 이용해 대형마트 쇼핑을 하려던 소비자들의 피해도 있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명분을 인정하면서도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대형마트들은 법의 판단에 맡겼다. 1심 법원이 대형마트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은 종식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묘한 논리를 내세워 결과를 뒤집었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법에 규정된 대형마트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 대형마트인데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손님의 쇼핑을 도와주는 점원들이 배치돼 있다면서 엄밀한 의미에서 대형마트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나오면서 논란은 뜨거웠다.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고자 법을 만들었는데 정작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그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란을 마무리했다. 대법원은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 등록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점포의 실질을 다시 살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점원이 배치돼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한국형 대형마트들도 규제의 대상에 포함하는 게 법 취지에 맞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이제 파기환송심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됐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의 취지에 따라 판결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사실상 종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경제질서의 틀 속에서 구체적 규제입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명시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경제규제 행정 영역의 특수성을 규제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의 고려 요소로 반영하도록 한 최초 판시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