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상파 방송사들은 투자할 여력도 없으면서 왜 자꾸 UHD(초고화질) 방송용 주파수를 달라고 하는 걸까?" 올해 상반기 700메가헤르쯔(㎒) 논쟁이 한창일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취재중 만난 한 분이 명쾌한 답을 줬다.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지"라고 말이다.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UHD 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지상파방송사(혹은 지상파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UHD 방송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니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수신료 인상을 비롯해 콘텐츠 펀드, 광고 규제 완화, 특별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지상파UHD 방송과 관련한 논쟁을 지켜봐온 기자 입장에서는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필요없다는 걸 굳이 하겠다고 나선 다음 지원을 해달라는 꼴이다. 전세계적으로 지상파방송사에서 UHD 본방송을 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대부분 위성이나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통해 제공한다. 그런데도 지상파방송사들은 국회를 통해 결국 700㎒ 대역을 쪼개 지상파UHD 방송용 주파수를 따냈다.주파수를 따기 위해 지상파는 막대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지난 3월 지상파방송 4사가 총리실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UHD 방송을 위해 시설투자에 10년간 1조2000억원, 콘텐츠에 2025년까지 7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하지만 정작 주파수를 따고 나니 슬쩍 말이 바뀌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이상진 SBS 박사는 "땅이 말랐는데 일만 열심히 한다고 작물이 키울 수 있느냐"며 "광고 규제를 풀고 UHD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막대한 투자비 대비 수익성이 부족하다"며 가전사들이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특성화된 UHD채널이나 UHD 다채널서비스(MMS) 도입을 제안했다.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삼성전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 정치권을 등에 업은 지상파들의 '압박'이 시작된 느낌이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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