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한진해운·현대상선 강제합병 몰지각한 처사'

한진해운 선박(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해운업계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부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안'에 대해 "몰지각한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9일 "기본적으로 해운ㆍ조선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안들이 나오고 있다"며 "마땅한 자금 지원도 없이 6조원이 넘는 자구책을 이행한 민간 기업을 강제적으로 합병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는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가 지난주 구조조정 실무회의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 방안을 다음(2차) 차관회의에서 논의하기로 보도된 것에 대한 해운업계 반응이다. 구조조정 차관회의는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각 부처 차관급 각료회의다. 금융위 등이 양사의 합병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해운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해운업계는 '강제 합병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반발이다. 양사가 대규모 자구안을 실시했음에도 실질적 지원책 없이, '강제 합병안'으로 업종 자체를 말살하려한다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비롯해 해양보증기구,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선박은행 조성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하는 한진해운ㆍ현대상선의 실질 이자율은 10% 이상의 고금리로 기업들은 이자 갚기도 버거울 정도다. 그마저도 올해 말로 제도가 폐지된다. 해양보증기금을 설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취지에 맞지도 않고 규모도 턱없이 작은 해양보증보험이 설립되는 등 해운업계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당국이 '조선업이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대규모 고용과 협력업체를 창출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조선업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운업은 전후방으로 조선-철강-보험-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돼 있으며 해운업을 지원해야 조선업에 자금이 흘러들 수 있고 조선업의 출혈 수주 경쟁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해운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면 제값을 주고 우리나라 조선사에 배를 발주할 수 있으며 후방산업인 철강-보험-금융 등도 차례로 정부 자금에 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양사간 합병이 시너지로 연결될 수 없다는 게 해운사들의 판단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선박의 크기도 비슷한 수준이다.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노선 배치도 비슷하다. 결국 크기만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물동량은 부족한 반면, 선박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에서 이같은 크기의 확대가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진해운 측은 "양사간 합병을 타진한 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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