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차' 승부수 던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어제 고급차시장을 겨냥한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를 공식 출범시키고 프리미엄 자동차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제네시스는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나 닛산의 인피니티에 해당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독자 고급 브랜드다. 앞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과 고급차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이번 선언은 1976년 포니자동차 양산으로 출발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39년 만에 세계 최정상의 자동차시장에 도전장을 낸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구축해 전 세계 고급 자동차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기존 대중차 메이커 이미지를 깨고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현대차의 혁신전략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단기간에 전 세계에서 판매량 기준 5위권에 오를 만큼 급속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순위가 최근 2009년 이후 처음으로 6위로 밀리는 등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현대차가 10여년의 준비 끝에 별도의 브랜드를 만든 것은 양적 성장 중심의 기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 때문이다. 현대차에게 고급차시장 진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고급차시장은 2010년부터 5년간 연평균 판매 증가율 10.5%로 대중차시장 증가율 6%를 크게 앞질렀다. 수익성도 높았다. 그러나 고급차시장은 만만한 게 아니다. 성능과 품질 못지않게 브랜드가 주는 고급감을 중시하는 시장이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고도 까다롭다.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경쟁자들도 즐비하다.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2015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 세계 브랜드 중 각각 39위와 74위로 도요타, BMW, 메르세데스-벤츠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존망의 위기를 맞은 폭스바겐 사태가 보여주듯 언제든지 추락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승부수는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립 가전 브랜드와 스마트폰 브랜드를 출범시켜 시장을 선도한 전례도 있다.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무엇보다 브랜드 경쟁력과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벤틀리의 전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그 시작으로 여겨진다. 정직한 경영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는 일도 중요하다. 강성 노조로 상징되는 노사문제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