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여전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일뿐더러 성실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의결권 행사 공시의무 강화 이후 연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자 102곳의 최근 2년간 반대 의결권 행사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유가 충실하지 않은 경우가 23.6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기관투자자로 하여금 자산총액의 5% 또는 100억원 이상 소유한 주식의 발행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종전 행사내용에 더해 그 사유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해 기관투자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충실의무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2013년 5월 법을 고쳐 같은 해 8월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 758건의 반대 의결 건수 가운데 140건이 실질적으로 납득할 만한 반대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행사됐고, 39건은 공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테면 '주주이익에 부합치 않는 것으로 판단함', '감사위원으로서 독립성 결격' 등의 경우처럼 구체적인 정보없이 형식적으로 사유를 밝힌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안건 유형별로는 사업목적 등 회사 얼개나 외형·지배구조 자체에 변동을 가져오는 정관변경, 사업양수도·분할 등 합병 안건의 경우 충실하지 않은 반대사유 공시 비율이 각각 33.33%, 28.85%에 달했으나, 경영진의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임원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안건은 그 비율이 각각 8.11%, 4.35%에 그쳤다. 특히 안건 제안 주체별로는 경영진 제안 안건에서 불충실 반대사유 공시비율이 20.43%에 불과한 반면 주주제안 안건에서는 62.07%나 됐다. 주주제안의 경우 반대보다는 ‘찬성’이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볼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충실도가 경영진과의 이해관계에 비례하는 모양새다. 임자영 CGS 연구원은 "주주총회의 내실화를 위해 다소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기관투자자가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의결권 행사 사유를 충실하게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작년 상반기 열린 코스피 상장사 주총 기준 공시의무 보유 기관투자자 82곳 중 단 한건이라도 경영진 안건에 반대한 곳은 22개사, 26.8%에 불과했다. 그나마 반대건수 상위 10개사 가운데 트러스톤자산운용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계 기관투자자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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