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不實 눈가림 수단된 '미청구공사'

주요 9개 건설사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 평균 61%…삼성엔지니어링 224%업계 "원가 공개땐 사전정보 공개로 경쟁력 떨어져"전문가 "회계 기준 명확히 할필요…투자자 알기 쉽게해야"[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 증시에 상장된 국내 주요 건설사 5곳이 재무제표 계정과목에서 '미청구공사' 항목을 연결재무상태표가 아닌 주석에 별도로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 항목은 3조원대 부실을 감췄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시발점이 된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수주 업체들이 '부실 감추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명확한 회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건설ㆍ조선사 등은 수주금액에서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한다. 가령 1조원의 공사를 수주했는데 30%만 진행됐다면 3000억원만 회계상 매출로 인식한다. 그런데 발주처가 15%만 인정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이 생기면 1500억원은 언제든 받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매출채권으로 잡지만 나머지 15%는 미청구공사로 분류한다. 회계상으론 자산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손실폭탄'인 셈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미청구공사는 금액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결재무상태표에 계정항목을 매출채권과 따로 분리해 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이같은 방식보다 수십여페이지에 달하는 주석 중간에 별도로 기재하고 있다. 심지어 비상장사의 경우 반기보고서가 아닌 회사채 발행시 투자설명서 하단의 '투자유의사항'까지 뒤져야 미청구공사 액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전체 미청구공사 총액은 15조3637억원이다. 이들의 자기자본 총액은 31조434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금액 비율은 61%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삼성엔지니어링은 224%에 달해 미청구공사 금액의 절반만 받지 못해도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 이어 현대건설(78.4%)과 GS건설(76%), 대우건설(58.2%) 순으로 비중이 컸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실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미청구공사 금액은 9조4148억원으로 자기자본(4조5648억원) 대비 206%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약 3조원의 손실을 미청구공사 항목에 숨기고 있다가 2분기에 한번에 털어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해당 이슈가 발생한 이후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불과 보름만에 반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현재 건설ㆍ조선 등 수주산업 회계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를 '발생 가능한 손실'로 인식해 대손충당금에 포함하는 것과, 공사원가 공개 여부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회계 기준마저 엄격해지면 국내 건설ㆍ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업 수출 규모는 요즘 잘나가는 반도체나 자동차보다 훨씬 크다"며 "개별사업장의 원가가 공개되면 입찰시 사전정보 노출로 타 국가 업체 대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 경쟁력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계사들조차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주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기업을 부정적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명확한 회계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했다. A법인 한 회계사는 "우리나라 회계는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국제기준 자체가 느슨하다보니 국내 회계기준도 뒤죽박죽"이라며 "미청구공사는 어쨌든 받지 못한 돈이기 때문에 '미청구공사 미수금' 같은 용어로 바꾸는 등 투자자들이 더 파악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대준 디아이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미청구공사를 손실로 반영하거나 원가를 공개하는 등 회계방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결국엔 산업이 어려워 생긴 문제기 때문에 이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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