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정치권 공방에 경제관련 핵심 법안과 선거구 조정 이슈가 실종될 처지에 놓였다. 여당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극도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노동개혁 관련법, 경제활성화법, 내년도 예산안 등 처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13일 방미를 떠나 국정화 실현 논란에서 한발 비껴나가는 모양새를 띠게 됐다. 청와대로서는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놓고 협상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는 패를 쥔 셈이다.당초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이슈는 노동개혁, 선거구 획정, 한중 FTA 비준동의안, 내년도 예산안, 경제활성화법, 경제민주화법 등이었다.하지만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같은 정기국회 중점 과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 내내 공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해 지난달 7일 여야 원내대표가 논의키로 합의한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 경제관련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게 됐다.
새누리당이 교과서 국정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직전까지만 해도 여당의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는 노동개혁이었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 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총력전으로 접어들면서 노동개혁은 뒷전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시 노동개혁 법안과의 연계투쟁을 시사했다. 추후 노동개혁의 심각한 난항이 예상된다. 농어촌 의원과 비례대표 대립으로 핫이슈였던 선거구 획정 논의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특히 여당이 강조하고, 여야 원내대표가 논의키로 합의한 경제활성화 3법의 험로가 예상된다. 여당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경제활성화법으로 지칭하며 야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패키지 처리가 예상됐던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 야당이 원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예산안도 여야 공방이 미뤄지며 막판 조율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상황을 놓고 본다면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 관련법을 협상하는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라는 패를 추가적으로 쥔 셈이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평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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