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 아웃도어, 핸드백, 주방용품 등의 할인행사로 북적이고 있다.
백화점 3사는 두 자릿수 급신장…행사장·면세점만 집중적으로 몰려 마트 찾은 고객들은 체감할 수 없는 블프…매출도 2%대 증가 그쳐 재래시장은 썰렁 "사전 준비 부족에 예산 지원도 미진" 상인들 불만 폭주[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현정 기자, 최서연 기자]정부가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소비를 활성화해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로 마련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14일까지 2주간)'.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 백화점과 대형마트, 재래시장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큰 재미를 본 곳은 백화점. 백화점들은 행사장과 면세점에 내외국인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며 오랫만에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백화점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외의 성적이다.반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은 썰렁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생각보다 미지근한 분위기였다. 재래시장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백화점 3사 매출 함박웃음…면세점ㆍ행사장만 북적=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9층 행사장과 면세점을 찾은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반면 다른 층들은 한산해 대조를 이뤘다. 코리아그랜드세일과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랜드만 20% 정도의 할인 행사를 할 뿐, 대부분의 브랜드가 10% 수준의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50% 할인해준다는 전단지에 이끌려 찾아간 매장에도 정작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 할인폭이 컸다.요우커들과 국내 소비자들이 몰린 건 9층 행사장과 면세점이었다. 아웃도어, 여성패션, 가방, 주방용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코트, 다운패딩 등 겨울철 고가에 팔리는 외투들이 3만~5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진열돼 있었다. 부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황모(65)씨는 "이런 두꺼운 외투들은 겨울에 사려면 비싼데 20만원대 제품들이 많길래 아직 이르긴 하지만 싼 값에 미리 구매해두려고 한다"며 구스다운 패딩을 걸쳐보고 있었다.같은 층의 면세점도 국경절(10월1일~10월7일)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로 북적였다. 특히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다는 설화수 매장은 계산을 위한 줄만 20여 미터를 늘어서 있었다. 10여명의 직원들도 숨 돌릴 틈 없이 상담과 계산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3일 오후에 찾은 서울 목동 시장과 영등포 시장.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같은 날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고객수준은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은 첫 주말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대부분의 매장이 10~20% 할인해주는 데 그쳐 행사장 이외의 매장은 한산했다. 백화점 5층의 한 여성캐주얼 브랜드 매장 직원은 블랙프라이데이인데 특별한 행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저희 브랜드는 브랜드데이 행사로 10%하고 있어요"라며 "백화점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기는 하는데 그나마 이런 10~20%행사에도 참여 안 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국경절 덕분에 매출에서는 뚜렷한 신장세를 보였다.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대비 23.6%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4개월만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27.6% 신장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전년보다 무려 36.7% 급신장했다. 여성 54.7%, 남성 39.8%, 스포츠 35.0%, 아동 21.1% 등 전반적으로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없습니다"=3일 오후 김치냉장고를 구매하기 위해 가족들과 일산 이마트타운 내의 일렉트로마트를 찾았다는 한성호(36ㆍ남)씨는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미국처럼 가전제품을 대폭 할인하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찾았는데, 소득이 없다"면서 "오히려 눈여겨 봐둔 제품의 상품권 행사가 끝나버려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고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곳에서는 별도의 블프 행사가 없었다. 이마트 타운내에 함께 있는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창고형 마트), 더라이프(생활용품점) 역시 블프 관련 세일이나 행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직원은 "준비한 이벤트나 행사는 없고, 대폭 세일을 하는 제품이 품목별로 있다"고 안내했다. 인근 롯데 빅마켓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곳의 직원은 "여기는 창고형 매장이라 기본적으로 세일폭이 크기 때문에, 블프 행사는 없다"면서 이날 할인하는 몇몇 품목을 소개하며 권할 뿐이었다. 주말마다 이 곳으로 장을 보러 온다는 안현주(28ㆍ여)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거나 하는 것은 못 느끼겠다"면서 "세일 행사를 한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별게 없다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애초에 별 기대를 안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일산 롯데백화점의 지하 마트는 지난 2일 단 하루만 블프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직원은 "우리 지점은 2일에만 블프 세일을 했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블프 기간 내에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블프 행사 첫 날이던 1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일산 이마트의 화장품 및 의류 판매 코너. 1층 식품관은 발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그 외에는 다소 한산하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목동시장과 영등포시장도 기대와 달리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했다. 목동 시장 한 상인은 "지난 추석에도 장사가 안돼 힘들었는데, 요즘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한숨이 나오는데 상인회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인지 뭔지, 할인을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블랙프라이데이가 뭐냐"고 짜증 섞인 말투를 던졌다.상인회 관계자는 "얼마전 중소기업청에서 예산 지원 신청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신청만 했을 뿐 블랙프라이데이가 뭔지는 잘 모른다"고 어리둥절 했다.영등포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미 추석에 제품을 50% 할인해 판매했는데, 추석 직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지금 다시 할인 행사를 하라는 게 말이나 되는거냐"며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저녁 반찬거리를 사러온 최모(49) 씨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통시장에서도 하고 있는 거냐"며 "일주일에 2번 정도 장을 보러오는데 어디에도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된 홍보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옆에서 최 씨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상인은 "전통시장이 기대와 달리 평소보다 판매가 늘지 않는 것은 정부가 홍보 등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 지원도 미진해 손님 끌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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