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두 얼굴…'블랙구라데이로 불릴 만 하네'
지난 3일 오후에 찾은 서울 목동 시장과 영등포 시장.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정부가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소비를 활성화해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로 마련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14일까지 2주간 진행)'. 전국 200개 전통시장이 참여하고 있어 거리로 나가봤다. 3일 오후 찾은 서울 목동시장과 영등포시장. 기대와 달리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게 블랙프라이데이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했다.'반쪽 할인', '반쪽 행사'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를, 일부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를 '블랙구라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목동 시장 한 상인은 "지난 추석에도 장사가 안돼 힘들었는데, 요즘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한숨이 나오는데 상인회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인지 뭔지, 할인을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블랙프라이데이가 뭐냐"고 짜증 섞인 말투를 던졌다.상인회 관계자는 "얼마전 중소기업청에서 예산 지원 신청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신청만 했을 뿐 블랙프라이데이가 뭔지는 잘 모른다"고 어리둥절 했다.영등포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미 추석에 제품을 50% 할인해 판매했는데, 추석 직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지금 다시 할인 행사를 하라는 게 말이나 되는거냐"며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그는 이어 "얼마 되지 않은 정부 지원액으로 경품 행사를 하려니 힘든 부분이 많다"며 "대대적으로 할인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과 싸우기에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저녁 반찬거리를 사러온 최모(49) 씨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통시장에서도 하고 있는 거냐"며 "일주일에 2번 정도 장을 보러오는데 어디에도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된 홍보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옆에서 최 씨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상인은 "전통시장이 기대와 달리 평소보다 판매가 늘지 않는 것은 정부가 홍보 등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 지원도 미진해 손님 끌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지적과 불협화음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으로 행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재고도 없이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을 아무 이유 없이 큰 폭의 할인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보디 유통업체들이 유통마진만 줄여주는 정도의 세일을 진행, 소비자들이 느끼는 할인폭은 기존 세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그는 "무엇보다 재고를 대규모로 없애기 위한 제조업체 중심인 미국과 한국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백화점,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온라인쇼핑몰 등 이번 행사에 참여한 곳마다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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