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9명…檢 조사 중 자살자 더 늘어

모욕감 주는 수사, 검찰 소환 심리적 부담, 명예중시 사회분위기 등 자살 부르는 원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목숨을 끊는 사건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 조사 대상자 중 자살한 피의자나 참고인이 79명에 이른다. 2013년 11명, 2014년 21명, 올해는 6월 현재 15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방위사업청 전 함정사업부장 함모(61)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아오던 중 행주대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4월에는 성완종 전 의원(63)이 횡령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공사감독관인 회사원 박모(58)씨는 4월 검찰 출석 예정이었지만 거주지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정치인, 공무원, 전문직, 일반 회사원 등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적거나 기소 여부가 불투명한 사건 관계자들마저 목숨을 끊는 실정이다. 검찰 출석 자체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명예를 중시하는 사회적인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살 사건이 벌어지면 피의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사건이 종결된다. 검찰 수사는 급제동이 걸리고, 자살자 가족은 물론 담당 검사도 정신적인 충격에 직면한다. 이러한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관계기관의 답변만 이어진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동행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다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말의 폭력'은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피의사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죄인 다루듯 강압적인 수사를 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발언과 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장 검사 출신인 김경진 변호사는 "자료와 증거를 확실히 챙기고 소환하는 게 아니라 수사는 설익은 상태에서 (압박을 주는) 말로 자백을 끌어내려는 것은 변형된 형태의 강압수사"라면서 "사건이 언론에 생중계되는 현실에서 모욕감을 참을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은 참고인에게 피의자로 전환할 가능성과 피의사실의 요지를 미리 알려주는 절차를 지켜야 한다"면서 "별건 수사의 목적으로 소환해 모욕을 주는 등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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