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괴물과 함께 살기<br /> 정성훈 지음<br /> 미지북스<br /> 1만5000원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근대 이후 홉스ㆍ로크, 나아가 20세기 후반 세상을 떠난 독일 철학자 니클라스 루만까지, 저자는 각 사상가가 남긴 텍스트 등을 토대로 사회철학의 큰 줄기를 다룬다. 괴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황과 괴물의 탄생, 이후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다가온 괴물이 주 관심대상이다. 저자는 문제의식을 확장해 근대 이후 위세를 떨치게 된 자유시장이나 시장경제, 대중문화도 같은 방식으로 연구할 대상이라고 진단한다.괴물, 곧 현대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하는지에 중점을 둔 만큼 20세기 이후 현대 철학자의 이론을 소개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악의 평범성을 주창했던 한나 아렌트를 비롯해 위르겐 하버마스, 미셸 푸코 등의 주요 저작과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은 제한된 지면에 복잡한 설명을 담아야했던 탓에 다소 난해한 느낌을 준다.그렇지만 각 철학자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답을 구했는지를 설명하며 이를 간략히 비교해줬기에 개념에 대해 한결 선명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니클라스 루만에 대해 따로 장을 마련해 상세히 설명한 부분에서는 일찌감치 그의 이론을 따져가며 공부해 왔던 저자 자신의 이해도가 더해져 있다. 과거보다 많이 알려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국내에 덜 소개된 루만의 이론을 쉽게 풀어 불특정 다수 독자의 관심을 높이려는 점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저자의 친절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책의 제목은 수년 전 저자 본인이 직접 진행한 교양수업에서 따왔다. 저자는 책을 펴낸 동기와 의도하는 바를 꽤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는 서두에 책의 목표가 "괴물과 함께 살아온 지난 200~300년간 서양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어떻게 괴물과 씨름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이름을 떨치고 있는 철학자의 이론이나 철학사를 따져보는 건 단순히 앎의 정도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적 허영(虛榮)을 포장하는 수단이 아니란 얘기다. 나 혹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고민할 때, 누군가 한발 앞서 같은 생각을 하거나 같은 질문을 던졌을 테고 그에 대한 답을 좇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나 칸트가 이런저런 말을 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당시 시대에서 왜 그런 의문을 가졌는지 궁금히 여기거나 그들 자신이 치열하게 사고했던 태도는 수백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정치하게 이어져야 할 삶의 요소라고 나는 여긴다.책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괴물과 함께 살며 누리는 즐거움과 그로 인해 겪는 괴로움, 그리고 괴물 덕분에 획득한 능력과 그로 인해 포기한 능력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이다.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여전히 짐승이나 괴물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존재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