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이요? 제발 청년들 좀 그만 팔았으면'

양대노총 '정부 일방적 노동개악과 임금피크제 중단 요구 공동집회' 개최

▲12일 오후 2시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집회(사진=원다라 기자)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청년일자리 만든다고 임금피크제 도입한다구요? 공공기관이 그나마 정년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인데 그나마도 없어지면…희망이 없어지는 거죠."#자식이 있는 입장에서,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청년 일자리 만들기만 한다면 이렇게까지 반발하지 않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제 살 깎아먹기를 대물림 해주는 결과밖에 안됩니다. 최근 정부·여당이 임금피크제·일반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구조 개혁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공공기관 노조가 직접 거리에 나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12일 오후 2시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정부 일방적 노동개악과 임금피크제 중단 요구 공동집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공공기관 직원 김모(45)씨는 "실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공공기관 현장에서는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는 100개 기관이 2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는데 그 100개 기관 중 대부분의 기관이 현실적으로 신규채용이 가능하지도 않고 채용계획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박 모(46)씨도 "임금피크제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당초 성과평가제, 퇴출제도 함께 논의됐는데 너무 반발이 심해서 '일단은' 임금피크제 먼저 도입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얼마 전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감점하겠다고 했는데, 경영평가의 본래 목적인 서비스 질과는 상관없이 정부 정책을 얼마나 따르는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임금피크제를 시작으로 성과가 저조한 공공기관 직원을 퇴출한다는 퇴출제나, 성과평가제 역시 앞으로 정부 정책을 공공기관들이 무조건 따르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청년들이 대부분인 무기계약직·계약직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더욱 타격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4년간의 인턴·계약직 생활 끝에야 무기계약직이 됐다는 한 지방 출연기관 직원인 최모(28)씨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이 무기계약직·계약직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씨는 "2년 인턴, 2년 계약직을 한 후에야 겨우 무기계약직이 됐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실시 되면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욱 떨어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대로라면 정규직이 퇴직하고 나면 무기계약직이 순차적으로 정규직이 되는데, 이번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신규채용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있던 기존 청년들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도 이와 뜻을 같이했다. 대학교 3학년이라는 문모(21)씨는 "제발 청년들을 그만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임금을 깎아서 신규 채용하면 나중에는 깎을 임금조차 남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세대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부모세대가 일자리를 양보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회 장소 바로 옆 서점을 찾은 임모(27)씨도 "공공기관이 어떻게 보면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라고 희망을 갖는 몇 안 되는 일자리 중 하나인데 이마저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 임금을 깎고, 해고를 하겠다고 하면 청년들로서는 차라리 지금처럼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5000명, 경찰 추산 35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김태영 서울시설관리공단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와 연계돼 공정해고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며 "신규 채용 분 일자리까지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전부 책임지라는 것은 말이안된다. 앞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악을 저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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