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복주택으로 결혼ㆍ출산계획 세우자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만혼(晩婚) 현상이 뚜렷하다. 1990년만 해도 초혼 연령은 남자 28세, 여자 25세였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는 남자 32세, 여자 30세로 바뀌었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는 것과 더불어 결혼을 아예 하지 않는 현상도 늘고 있다. 1990년 40만건이던 혼인은 2014년 31만건으로 줄었다. 이렇다 보니 출생아 수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2014년 1.2명이다. 부부가 결혼해 두 자녀를 가질 경우 인구가 감소하지 않는 수준인 두 명 이하다. 전국 출생아 수는 1990년 65만명에서 2014년 43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저출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수 상황은 아니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집값,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 보육 및 학비 부담 등이 저출산의 다양한 원인이긴 하지만, 그 근원에는 신혼살림을 꾸리고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만한 집을 제대로 장만하기 어려운 현실 탓도 크다.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을 심각하게 경험한 싱가포르와 일본은 출산 장려를 위해 다양한 주거 지원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4년 출산 장려를 위해 주택 구입자금 융자 혜택을 크게 확대하고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장기 저리의 주택담보대출 지원과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를 지원하며 육아인증 공동주택 사업을 통해 육아지원시설 설치 시 용적률 인센티브 및 키즈룸 설치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출산을 강조하던 인구 정책에서 최근 들어서는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육아친화적 주거 공간을 조성해 저출산을 예방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집값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최근 활발하다. 홍콩의 사례를 보면 집값이 1% 오를 경우 출산율은 0.52% 감소한다는 실증 결과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이 저출산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윌리엄 클라크 교수는 2012년 논문에서 높은 집값은 3~4년간의 시차를 두고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곧바로 우리 상황에 접목하기는 어렵지만 2000년대 중반 집값이 크게 오른 후 2009년 출산율은 최저 수준이었다. 저출산의 문제가 주택 문제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은 최근의 삼포 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나 오포 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ㆍ내집 마련ㆍ인간관계 포기)와 같은 신조어들로도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주거지원들을 시행하고 있는가. 신혼부부를 위한 국민임대주택 특별 공급과 전세임대주택 공급, 3자녀 이상 다자녀 특별 공급이 있지만 그 지원 규모는 많지 않고 저소득층에 한정하고 있다. 최근 신혼부부들의 큰 기대를 모은 것은 행복주택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와 같은 젊은 계층의 주거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 도심의 직주 근접형으로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입주 소득기준도 크게 완화됐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구 총소득의 120%(약 568만원)까지 입주 가능하다. 젊은 계층은 6년간 행복주택에 거주할 수 있지만 대학생에서 사회초년생으로 그리고 결혼해 신혼기간(결혼 5년 내)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더 오랜 기간 동안 행복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입주 자격 변화 시마다 6년 거주요건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조만간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행복주택 입주 자격을 준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고려한 자격 요건 확대뿐 아니라 보육까지 고려한 주거 단지까지 잘 조성된다면 행복주택은 그야말로 저출산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주거복지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2017년까지 14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이것은 입주 가능 대상 계층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젊은 세대는 우리의 미래이고 이들의 주거 안정이 내일의 경쟁력이다. 행복주택과 같은 주거 사다리가 좀 더 늘어나 젊은 세대들이 포기보다는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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