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닭강정

전필수 증권부장

여름철 휴가지로 인기 있는 속초의 중앙시장에 가면 닭강정이 인기다. 'ㅇㅇ닭강정'의 명성은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해 주말에 그 집 앞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ㅇㅇ닭강정'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주위에 닭강정 집도 일일이 세기 힘들 만큼 많다. '△△닭강정' 같은 경우는 'ㅇㅇ닭강정'과 비교가 될 정도로 규모도 제법 크고, 손님도 많다. 하지만 올망졸망한 크기의 대부분 다른 닭강정 집들엔 손님이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훨씬 많은 듯 했다. 닭강정을 맛보러 시장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일단 'ㅇㅇ닭강정'을 찾는다. 너무 많은 손님에 기함을 한 이들은 두 번째로 유명한 '△△닭강정'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무리 시장에 손님이 많아도 군소 가게들의 몫은 별로 없다. 우리 가족도 이 기준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별미를 맛본다는데 기왕이면 '원조'를 맛보고픈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음식점 간판에 '원조'가 많은 게 아닐까 싶다.) 'ㅇㅇ닭강정'의 맛은 명불허전이었다. '△△닭강정'도 훌륭했다. 문제는 양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아내 덕에 1만7000원짜리 닭강정 한 박스를 사면 언제나 남는다. 시장의 다른 먹거리도 맛보고픈데 닭강정 하나로도 벅차다. 피서철의 끝자락인 지난 주말, 속초 중앙시장을 찾았다. 닭강정 골목쪽으로 가는데 'xx닭강정'이란 작은 집에 기존 박스의 절반이 될까말까한 작은 박스에 포장된 닭강정이 눈에 띄었다. 가격도 5000원으로 아주 저렴했다. 맛도 좋았다. 전통적인 'ㅇㅇ닭강정'에 비해 매콤한 맛이었다.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제품의 질이 같더라도 브랜드 인지도에서 뒤지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어렵다.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우니 가격을 싸게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기업을 키울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언제나 후순위다.아무리 봐도 막강한 대기업을 이길 길이 안 보인다.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은 영원히 그 시장에서 패권을 유지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철옹성에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작은 구멍가게도 이 틈을 파고들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포기 대신 열정으로, 한숨 대신 함성으로….'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시작도 작은 창고였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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