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민대피시설 중 '화생방' 방호 시설 갖춘 곳 전무...지자체 청사 등 10여곳만 안전...정부, 신규청사·접경지역 대피소 건립때만 기능 갖추도록 해,,,국민들 '전쟁나면 공무원·군인만 살아남을 것' 한탄
군 화생방 훈련 장면.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최근 발생한 주한민군 탄저균 배달 사고 등으로 화생방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화생방전이 벌어질 경우 일반 국민들이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대피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국민들 사이에선 화생방전이 터지면 벙커에 들어갈 수 있는 있는 공무원ㆍ군인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온다1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전쟁, 재난 등에 대비해 국민들이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주민 대피시설이 약 2만3628개가 있다. 문제는 이중 화생방전이 발생했을 경우 공기 여과기 및 유독물질 침투 방지 시설 등을 갖춰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주민 대피시설 중 화생방전에 대비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해5도 지역에 최근 시설이 보강된 4곳의 대피소 밖에 없다. 인천, 경기, 강원 등의 접경 지역에 설치된 일부 대피소도 화생방 방호가 가능하지만 유사시 공기 여과기를 따로 설치하는 임시 시설이다. 서울시청사, 충남도청사, 경북도청사 등 전국 시ㆍ도 및 일부 시ㆍ군ㆍ구청사 15곳에는 화생방 방호 시설이 갖춰진 대피소가 차려져 있지만 유사시 사태수습ㆍ지휘를 맡는 '충무 지휘용' 대피소여서 공무원ㆍ군인 등 특수 관계자만 들어갈 수가 있다. 나머지 99.9%의 대피소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지하철역 승강장 등 대형 공공시설물의 지하 공간에 불과하다. 독가스, 생물 무기, 핵 투사에 따른 방사능 등의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는 곳들이다. 심지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식량ㆍ의료장비 및 약품, 식수 등도 구비돼 있지 않다. 만에 하나 북한군이나 주한미군 또는 우리 군에 의해 화생방 물질이 살포될 경우 현재 상태의 민방위 대피소에 피해 있는 국민들은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한편 북한의 핵무기 개발ㆍ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팎의 화생방전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1961년 12월 김일성의 '화학화 선언' 이후 생화학무기를 꾸준히 개발해 2500~5000t의 화학작용제와 탄저균 등 13종의 생물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엔 3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경량화ㆍ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한미군도 최근 평택기지에 탄저균을 반입해 실험하는 등 화생방전 가능성에 대비한 훈련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반 국민들도 화생방전 발생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피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2차례의 연구 용역을 벌이는 등 화생방 대피시설 확충을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지난해 신규 지자체ㆍ정부 청사 건설시 또는 접경 지역에 새로 대피소를 지을 때 화생방 방호 기능 장착을 의무화했을 뿐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기존 시설을 화생방 방호용으로 전환하는 데는 기술상 어려움도 있고 민간 시설의 경우 건축주들이 비용을 이유로 꺼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접경지역의 대피소 신설때나 공공청사 신규 건설 때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화생방 방호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현재 상당수의 국민들이 화생방 공격에 맨몸으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민간 건물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방호 시설을 갖춘 대피소를 꾸준히 늘리는 한편 1인당 방독면 1개 지급, 관련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