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부문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지난 6일 대국민담화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며 한 단계 진화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사회 각층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야 하는 난제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이 어떤 책임감을 갖고 난관을 돌파해나갈 것인지 리더십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국가적 정책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통보'하는 일방향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국민담화를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라 비판해온 야당이나 노사단체들의 비협조적 태도에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승부수로 던진 4대 구조개혁의 첫 단추인 노동개혁이 연내 현실화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박 대통령은 여름휴가 등 일정 때문에 약 한 달만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정 논의 재개와 상호 양보를 재차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임금 정규직들이 조금씩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미 노사간에 의견이 접근된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서 의견차를 좁히고 조금씩 양보해주셔서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이루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나흘 전 대국민담화에 담긴 것과 내용뿐 아니라 표현 수위까지 거의 동일하다. "노사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노사가 책임감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담화 속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화법을 통해 박 대통령은 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방법 특히 대통령 차원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고 국민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하는 구체성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이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박 대통령 스스로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인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기성세대가 정규직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마치 잘못된 관행의 답습인 것처럼 몰아붙이며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한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가속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구조의 변화라는 불가피한 측면과, 세계적 흐름에 편승하면서도 부작용에 대비하지 못한 정권의 책임이 크지만 이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아울러 대국민담화에 담아내지 않아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비판을 받게 한 여타 국정현안들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이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대처 실패, 재벌개혁, 국가정보원 해킹 파문, 친동생의 일본 관련 발언 등을 박 대통령이 언급해 이슈를 키울 경우,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려는 국정동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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