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비전]한중FTA는 中企 글로벌화 기회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6월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국회 비준을 거쳐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되긴 한다. 요즘 한국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도 내수 부진의 경고음이 크게 들린다. 그래서 한중 FTA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중소기업에 한중 FTA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에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한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경공업의 어려움은 커졌다. 이때 중국과 수교를 했다. 수교 후 5년 동안 중소기업은 매년 500여개의 법인을 중국에 세웠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는 중국이 중소기업에 위협으로 다가온 계기였다. 치솟는 환율 탓에 대기업의 원가부담이 커졌다. 납품 중소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어려움이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은 아예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중소기업은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했다. 납품가격을 낮추던가 중국으로 따라가던가.이러는 동안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요즘 증가율이 둔화되고 수출 규모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출 중소기업이 8만여개로 추산되는데, 중국 수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3만개가 넘는다. 가뜩이나 줄어든 중국 수출이 FTA 덕분에 일정 부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3만개 중소기업에 단비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반대로 한국시장에서 중소기업의 피해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흔히 경공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는데 의류, 피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당사자들을 만나 보면 오히려 자신감을 표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수교 이후 지난 20년 동안 많이 적응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 뺏길 것은 다 뺏겼고 우리만의 특화 경쟁력을 충분히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을 떨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대기업의 한중 FTA 전략이다. 김치를 예로 들자. 김치는 현재 대중국 수입이 수출보다 많다. 중국산 김치는 일반 식당에서 활용된다. 아직 가정의 식탁에는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김치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대기업은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 내 생산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소비자는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는 김치를 맛보게 된다. 상품성도 있고 먹거리에 대한 안전도 갖춘 제품이다. 중국산 김치가 가정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 경우 한국에서 식품 가공 중소기업은 물론 배추, 파, 마늘 생산농가에도 연쇄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한중 FTA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파장은 여타 FTA와 다를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성장 배경인 대기업과 납품관계마저도 바뀔 수 있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폐업을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산업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 경쟁력 없는 산업은 빨리 버리고 이를 통해 자원과 자본을 재분배해서 경쟁력 있는 산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FTA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한편 중국과 인연이 그러했듯 한중 FTA는 중소기업에 분명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 최대의 화두는 글로벌화다. 중소기업은 한미 FTA 논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FTA에 상당한 거부감을 표했다. 불과 몇 년 사이 FTA에 대한 중소기업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수출하고 싶어 하고 이를 기회로 글로벌화를 추진할 의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간 FTA는 이러한 의욕을 실천에 옮기기에 여의치 않았다. 미국, 유럽연합(EU), 인도는 너무 멀고 우리와 산업 및 소비구조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지난 20년 동안 맺어온 인연이 가장 큰 무기다. 그리고 가깝다. 더는 조건을 갖춘 파트너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중소기업과 손을 맞는 것이 글로벌화요, 수출의 기회이다. 글로벌화는 미국 기업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글로벌화는 기술, 자본, 노동이 함께하고 그리고 함께 글로벌시장을 점령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한중 FTA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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