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의미는 너무나 막연했다. 경제 활성화라는 당위성에 관해서는 이의가 없었지만 그 방향과 내용이 분명치 않았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중점을 둔 혁신 주도형의 경제인지, 문화콘텐츠 중심의 창조산업을 성장동력을 삼는 경제를 말하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아무도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 창조경제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창조경제는 이제 반환점을 지났다. 목표와 수단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시작한 탓인지 그 성과는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과감한 산업정책을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하나 있다. 바로 창업 및 벤처 지원 사업이다. 실적이 지지부진한 다른 분야와는 달리 창업과 벤처기업 활성화는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지난 3일 4차 창조경제민관협의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년 반이 경과한 시점에서 창조경제의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라며 "벤처기업의 수가 지난 5월 말 3만개를 돌파하고 벤처 투자 실적도 15년 만에 최대치에 달했으며 소프트웨어와 빅데이터 등 신산업시장 규모도 연간 20~3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창조경제의 초점을 창업벤처로 맞춰 스톡옵션제도 개선, 창업자 연대보증 확대, 엔젤투자활성화, 인수 및 합병 활성화 등의 지원책이 발표됐다. 창조경제의 승부수가 창업과 벤처가 된 셈이다. 이러한 창업과 벤처 활성화의 전진기지가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권역별 본부이자 손발로서 벤처 창업 열풍의 뒤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다. 혁신 거점과 창업 허브 기능을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4년 9월 삼성과 대구시가 주도한 대구센터가 출범한 이래 전국에 모두 15개이며 민간 자율을 포함하면 18개에 달한다. 해외 센터도 워싱턴을 비롯, 3곳이 가동 중이다. 정부가 직접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거점별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센터 운영의 책임을 맡는다는 게 확실한 차이점이자 경쟁력이다. 유수의 대기업들이 운영에 참여함에 따라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사업화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생 모델인 셈이다. 대기업으로서도 기존 사업에 바탕을 두고 벤처를 지원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훨씬 적다. 과거 정부가 직접 나서면서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방식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대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니 잘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창업펀드 5150억원을 조성했고, 8670억원의 융자실적을 기록했으며, 53개 기업이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명실상부한 창업 및 벤처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이 없는 한국 경제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그러나 창업지원만으로 부족하다. 한국의 여건상 창업기업들이 살아남아 자립 여건을 갖추기는 우연에 가까울 정도로 정말 어렵다. 이른바 '데스밸리'에서 살아남기란 매우 어렵다. 상장까지 가기도 어렵지만 그 이후에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 과거 벤처붐 당시 유명세를 탔던 창업자들이 대부분 형사처벌을 면치 못하거나 기업도산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 지원이 절실하다. 2000년 벤처 붐 당시엔 벤처 거품이 회수시장 기능을 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젠 제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굳이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금융위기 때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의 벤처가 돌파구가 된 지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창조경제가 벤처와 창업에 경제회생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동안 창업과 벤처 육성에 좀 더 일찌감치 힘을 기울였다면 오늘날 한국 경제의 모습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