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신용카드 포인트까지 항공사 마일리지로 적립 중인 조금자씨는 최근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0년이라는 사실을 접하고서야 뒤늦게 법썩을 떨었다. 보너스 항공권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항공사 홈페이지를 두드렸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년 여름 항공권 예약을 마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 항공업에 종사하는 김용민씨는 올해부터 2008년 이후 모아 놓은 마일리지를 지속적으로 소비할 계획이다. 장거리 여행시 편도 항공권만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마일리지를 소모할 예정이다. 마일리지의 가치를 가장 높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딱 3년 남았다.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된다. 이달부터 3년 뒤인 2018년 7월부터 마일리지가 사라진다. 3년이면 긴 시간이지만 마일리지 활용에 있어서는 매우 짧은 기간이다. 각 항공사에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는 사람은 4000만명. 이들이 각 항공편당 5% 정도 밖에 할당되지 않은 보너스 항공권을 득템한다는 건 소위 '하늘의 별따기'다. 좌석 업그레이드는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열심히 모은 마일리지가 소멸되면서 항공사 부채비율만 낮춰주기 전에, 당장 지금부터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이유다. ◆마일리지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1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부터 도입한 마일리지 유효기간제에 따라 2018년 7월부터 마일리지의 '권리락'이 시작된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제는 마일리지에 10년의 유효기간을 둔 제도다. 대한항공은 2008년7월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해 10월 이후부터 쌓인 마일리지에 한해 10년의 유효기간을 뒀다. 유효기간제 도입이 아시아나보다 3개월 빠른 대한항공의 경우 2018년 7월 이후부터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되는 셈이다. ◆마일리지 충당금 7149억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쌓인 마일리지 충당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2008년~2014년까지 약 7149억원이 적립됐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2011년 이전은 충당부채차익(5429억원), 이후는 이연수익 차익(1720억원)을 더한 수치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적립된 마일리지 충당금은 468억원 정도다. 3년 뒤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일리지다. 다만 충당금을 마일리지로 환산하는 공식은 각 항공사의 영업 기밀이다. 엄청난 마일리지가 쌓였다는 것 외에 정확히 얼마 만큼의 마일리지가 적립돼 있는지 알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저 대한항공 스카이 패스 회원 2200만명, 아시아나클럽 1800만명이 쌓아 올린 마일리지 충당금이 7149억원으로 각 항공사 회원 1인당 평균 1만7872원 정도를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각자가 소모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소멸될 금액이기도 하다. ◆마일리지 쓰고 싶다= 유효기간 만료 전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하지만 통상 각 항공편에 할당되는 마일리지 좌석은 5% 수준이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려는 회원들이 번번히 물을 먹는 이유다. 항공사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수기, 노선별 등 마일리지 좌석은 각기 다르게 운영된다"며 "관련한 수치는 항공사의 영업기밀"이라고 밝혔다. 기밀 속에 쌓여 있는 마일리지 충당금을 비수기간 김포~제주 왕복항공권의 운임(19만3000원, 대한항공 9월14~18일)으로 나눠본다면 약 371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전 노선에서 공급한 좌석수 3262만 좌석의 11%를 넘는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비성수기간이나 성수기라도 미리 예약한다면 마일리지 예약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마일리지 좌석이 실제로 있기나 한건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로 예약이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도 탈 수 있다고?= 그래도 보너스 항공권은 기한만 넉넉하다면 구할 수 있는 편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한 것은 좌석 업그레이드다.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경우 북미 노선 비즈니스석을 마일리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12만5000~18만5000 마일리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석을 구매한 뒤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6만~12만 정도면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를 통한 좌석 승급의 경우 마일리지 활용에 있어 가장 효율성이 높고 고객 만족도도 높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거리 노선에 한해 편안한 좌석을 원한다는 점에서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린다"며 "여행 출발 기일보다 매우 이른 시점에 항공권을 예약하고 마일리지 업그레이드까지 마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일리지 소멸되면 항공사만 이득= 보너스 항공권이든, 업그레이드든 간에 궁극적으로 마일리지를 활용하려면 남보다 빨리 여행계획을 짜서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마일리지 소멸 전에 사용하려는 인파가 몰리기 전인 현 시점에서 마일리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마일리지가 소멸되면 항공사에게는 이득이다. 2011년부터 도입한 IFRS에 따라 현재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부채가 순차적으로 확 줄어든다. 마일리지 소멸에 따라 판매할 좌석도 많아진다는 점에서 마일리지를 지속적으로 소모하지 않으면 항공사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항공사 측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다가오면 안내 메일을 통해 이를 공지해 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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