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할 경우 연내 삼성그룹 사업재편 완료, 반대할 경우 재계 장기 저성장 국면 고착화 우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반여부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에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국내 기업 대부분이 헤지펀드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제2의 엘리엇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주요 그룹 모두의 경영권이 달린 문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캐스팅 보드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10일 오후 2시 삼성물산 합병 관련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합병 의결건을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전문위원회에 위임할건지의 판단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미래가 갈릴 수 있다. 합병이 원활이 추진될 경우 삼성물산은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2020년 매출 60조원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엔진을 달게 된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은 사사건건 트집잡을 엘리엇의 발목잡기에 대처하느라 자칫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국민연금 합병 찬성, 삼성그룹 연내 사업재편 완료=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경우, 삼성은 합병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합병 의결시 삼성그룹의 연내 사업재편 완료가 가능해진다.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남은 일주일간 주가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바이오로직스 사업장 공개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병 전후 주가가 오르면 주주들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패션사업에 대한 미래비전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상사부문 내 섬유부문 담당자들을 통해 글로벌 패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패션 브랜드에 물류, 파이낸스, 여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패션 브랜드 수입 등의 경험이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과의 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제일모직의 에버랜드는 삼성물산의 건설부문과 협업, 체류형 복합테마파크로 발돋움한다. 글로벌 테마파크처럼 호텔을 포함한 복합상업시설ㆍ수족관ㆍ콘서트홀ㆍ온천ㆍ아울렛ㆍ골프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후에도 지분매입과 매각, 세부적인 조직개편을 이어갈 계획이다. 주주들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거버넌스위원회'를 꾸려 회사 내 변화가 있기 전에 별도로 심의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결정됐다. 합병이 성사되면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거대 사업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경영권 안정화, 유관사업들의 정리 등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지분도 안정적으로 확보,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합병이 성사되면 연내 사업재편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며, 전자-바이오-금융 등 3대 사업 위주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정립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 반대, 재계 삼재(三災) 본격화=재계는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설 경우 첫번째는 삼성그룹, 두번째는 삼성물산 주주, 세번째는 재계 30대 그룹으로 여파가 번지며 삼재(三災)가 본격화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할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엘리엇측의 삼성물산 이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이사회에 진입하면 삼성전자 지분 매각 요구 등의 소모전이 지속될 것이 뻔하다. 엘리엇은 이전에 공격한 회사들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현 이사진의 불신임을 비롯해 자산 매각, 구조조정 요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으로서는 미래를 위한 구상이나 전략 대신 사사건건 딴지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엘리엇 대응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회사 발전이나 성장, 미래를 위한 투자는 당연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삼성그룹 입장서는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만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주주들도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사태에 중국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 역시 본격적인 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합병 무산으로 성장 모멘텀을 잃은 삼성물산의 폭락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국제 의결권자문회사 ISS 역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23%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재계에 미치는 여파는 재앙에 가깝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 자본에 동조할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30대 그룹은 일제히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장기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을 투자와 채용에 써야 되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안정화에만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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